영어로는 local tree approximation (LTA)이다. 좀더 친숙하게(?) 옮기면 '국소적 나무 근사'쯤 되려나. LTA는 복잡 연결망 이론에서 통계적인 양들을 계산해낼 때 자주 쓰이는 어림 중의 하나인데 연결망의 고리(loop; cycle)들을 고려하면 계산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결망의 노드를 하나 잡았을 때 그 노드 근처에서 국소적으로는 고리가 없다고 가정하자는 것이 LTA다. 예를 들어, 연결망의 스미기 문제에서는 이런 가정 위에서 어떤 링크를 잡아 따라갔을 때 유한한 클러스터에 포함될 확률에 대한 재귀 관계를 쉽게 쓸 수 있다.

LTA는 말 그대로 국소적인 어림이므로 전체적으로는 길이가 긴 고리(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global loop)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LTA가 적용되는 경우 이런 고리의 길이가 매우 길다고 가정하면 그 고리에 의한 되먹임 효과를 무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또 굳이 '국소적'이라는 이름이 붙을 이유가 있는가 묻게 된다.

하여간, LTA를 듣고 얼핏 떠오른 생각은 인간의 행위에 의한 생태계 파괴와 그것의 되먹임 효과에 관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이므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지도 못할 뿐더러 그 행위의 효과가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나타난다면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전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과 경고 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쉽게 행동을 바꾸지 않으려 한다.

'자신의 행동의 결과가 언젠가는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맞다고 해도 '언젠가'가 언제가 되느냐에 따라 그 되먹임 효과를 고려할지 하지 않을지가 결정되는데, 근시안적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LTA라는 가정 위에서 움직이므로 '언젠가'를 매우 먼 미래로 생각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고 정보/물질/에너지의 흐름은 더 빨라지고 많아지고 있으므로 더이상 LTA라는 가정이 성립되기 힘들어지고 있다.

라고 아무리 얘기해봐야 실제로 얼마나 LTA가 유효한지 아닌지는 실증적인 자료가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