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내용은 한동안 방치되어 있는 물리저널읽기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맞지만 버려두는 김에 더...;; 그리고 여기에 올려도 괜찮은 내용이라 올린다. 오늘 PRL(Physical Review Letters) RSS를 보다가 눈에 확 들어온 논문을 인쇄하여 읽었다. 제목은 "Scaling and Universality in Proportional Elections"이다.

그림을 보니 지난 7월 에리체 학회에서도 발표되었던 내용인데 '뭐 그런가보네' 했었는데 이번주 PRL에 실렸다. 이 논문에서 분석한 자료는 이탈리아 선거(1958, 1972, 1987년), 폴란드 선거(2005년), 핀란드 선거(2003년) 결과다. 이 선거들은 모두 비례선거인데 구역별 좌석수가 정해져 있고 각 정당에서는 그 좌석수 이하의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낸다. 투표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고른 후에 그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중 1인을 골라 투표한다. 각 정당은 정당별 득표율에 비례하는 좌석을 분배받고 그 자리들은 그 당의 비례대표 후보의 득표율 순위에 따라 순서대로 채워진다.

각각의 비례대표 후보는 3개의 값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 개인의 득표수 v, 그 개인이 소속된 정당이 그 구역에 낸 후보수 Q, 그 구역에서 그 정당의 총 득표수 N이다. 후보들의 득표 분포는 일반적으로 이 세 변수의 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 P(v,Q,N). 그런데 이 변수들을 묶어서 vQ/N으로 만들어 분포를 다시 그리면 깔끔한 하나의 곡선이 나타난다. 이 곡선을 F(vQ/N)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위의 다섯 가지 선거 결과가 모두 하나의 곡선 위로 모인다.

시기도 다르고 국가도 다르고 당연히 문화도 다른데 이 차이점들이 '하나의 곡선'으로 모인다는 것은 그 차이들 뒤에 숨어 있는 '보편성'이 드러났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고작 데이터 5개만 분석하고나서 보편성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가?라고 물을 수 있다.

함수 F는 로그노말 모양이며 저자들이 제시한 간단한 모형을 통해 그대로 재현된다. 이 모형은 연결망 위에서 자신의 이웃들을 설득하여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지하게 하는 것인데 모형 설명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곧 출판될 것(to be published)이라고 하니 기다리는 수밖에.

이렇게 물리학자들이 선거결과를 분석한 연구는 1999년 PRE에 실린 브라질 선거결과를 분석한 논문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이후에 여러 모형 연구, 실증 연구 등이 이루어지다가 오늘 이 연구까지 이르렀다. 그전까지 득표율 분포가 1/v 라는 내용이 우세했는데 이는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하고 비크기 통계역학(nonextensive statistical mechanics)을 이용한 데이터 맞추기(fitting) 방법이 이용되기도 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늘 본 이 논문도 비례대표 선거에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다른 방식의 선거에서도 또다른 보편성을 찾을 수 있을지는... 누군가 하겠지?;;

한 마디 덧붙이자면, 논문 내용보다도 그런 내용을 만들어내는 저자들의 능력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묻게 된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고 어떤 자료를 이용하고 어떤 모형을 세우는 것이 좋은지... 그런 걸 배우고 익히고 써먹어야 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