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잠이 잘 안와서 잡생각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 <초속 5cm>였다. 애니 제목은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cm라는 대사로부터 나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중력가속도에 의해 속도가 계속 커져야 하기때문이다. 물론 운동의 반대방향으로 마찰력이 작용하므로 중력이 상쇄되어 가속하지는 않고 등속운동을 하게 되며 그때의 속도가 초속 5cm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속도를 종단속도(terminal velocity)라 부른다.

하지만 벚꽃잎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자마자 바로 종단속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 얼마간은 가속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 땅에 떨어질 때까지 종단속도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정량적인 체크를 해봐야 한다. 그래야 애니에서 아카리가 말했던 5cm/s가 순간적인 속도인지 아니면 꽤 오랫동안 유지되는 속도인지 판단할 수 있다.

벚꽃잎의 질량을 m, 중력가속도를 g, 벚꽃잎의 속도를 v, 공기에 의한 마찰력의 마찰계수를 γ라고 하자. 아래 식을 풀면 된다. 여기서 a는 v를 시간 t에 대해 미분한 것이다.

F = ma = mg - γv

초기조건을 v(t=0) = 0라고 하고 v(t)를 구하면,

v(t) = mg/γ (1 - exp(-γt/m))

이다. 종단속도는 t를 무한대로 보내면 얻을 수 있다. 즉 v_terminal = mg/γ 이다. 그런데 초기 속도 0에서부터 종단속도에 이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m/γ 이다. (지수함수가 1/e가 되는 시점을 잡았다.) 애니에서 말한대로 mg/γ = 5 cm/s이면, g = 9.8 m/s^2이므로 m/γ는 대략 0.005 s이다. 즉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자마자 거의 바로 종단속도에 도달한다.

이로써, 아카리의 말이 맞다면 벚꽃잎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직후부터 땅에 떨어질 때까지 다른 요인이 없다면 초속 5cm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일 것이다. 물론 이 결론은 초속 5cm라는 정보를 이용한 것이므로 그게 정말 맞는지는 실제 벚꽃잎의 궤적을 측정하여 속도를 측정해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또한 벚꽃잎의 질량, 표면적, 공기저항 등 다른 요인들을 고려한 좀더 복잡한 계산을 통해 5cm/s임을 확인해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