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 리뷰 논문을 보며 같이 읽고 발표하고 고민하고 토론하고 나면 내용에 대해 어렴풋이 알았던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되고 또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어떤 것을 헷갈려 하고 있었는지도 분명해진다. 또한 뭔가가 내 안에 쌓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아직은 수식을 이해하고 따라가기에도 급급해하고 있다. 그리고 수식은 물론 중요하고 수학을 잘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수식에 나타났거나 감추어진 알맹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 논리를 파악해야 한다.

2차원 방향성 있는 아벨리안 모래쌓기 모형(2-dimensional directed abelian sandpile model; 줄여서 2-DASM)은 마구잡이 걷기(random walk; RW)로 환원된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었다. 외양은 다르지만 하나의 문제가 다른 문제로 환원, 본뜨기(mapping)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일반적인 d-DASM은 어떠한가? 결국 여기서도 가장 기초적인 실마리는 G_2(t,x)가 RW를 기술하는 확산 방정식의 해라는 사실이다. d차원의 RW에서 G_2 ~ t^[-(d - 1) / 2]인데 이 관계식이 없으면 안 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d차원에서 답을 구할 수 없고, 공간구조가 어떻든간에 유량이 평균적으로 1이라는 사실도 문제를 푸는데 중요하다. 사태 중간에 구멍이 없는 2차원에서는 굳이 이런 사실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3보다 큰 차원에서는 필요해진다.

엑기스만 뽑아보자면: 마구잡이로 걷되 유량이 일정하다면 (모형의 세부사항과 무관하게) 일반적인 d차원에서의 답을 구할 수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더 자세히 풀어보면, 사태의 시간이 t만큼 흐르는 동안 공간 방향으로 사태가 얼마나 뚱뚱해졌느냐를 t^α으로 나타내면 사태 크기의 분포에 관한 지수는 (2α + 1) / (α + 1)가 된다. α에 공간구조에 따른 RW의 통계적 성질이 어떻게 반영되는가가 결국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일단 α = (d - 1) / 2이다. d차원 중 하나는 시간축으로 빠지니까 d - 1이 되고 각 차원에 대해 RW는 1/2를 기여하므로 그렇다. 그런데 d = 3일 때까지는 사태의 모양이 비교적 꽉차서(compact), 즉 중간에 구멍이 별로 없어서 이 식이 성립하지만 3보다 커지면 사태 중간에 구멍이 많이 생겨서 이 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없다. 유량은 일정한데 이 모래알이 흐르는 폭이 차원에 따라 늘어나니까 중간에 구멍이 생기게 되고 그 거품을 빼고 나면 α = 1이 되며 이 값은 3보다 큰 모든 차원에서 맞다.

그런데 왜 하필 3이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역시 G_2(t,x)를 x에 대해 적분한 값, 즉 유량이 시간에 대한 상수이려면 (d - 1) / 2가 1보다 크냐 작으냐가 중요해지는데 이 기준이 되는 값이 바로 d = 3이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마구잡이로 걷되 유량은 일정'이라는 두 조건에 의한 결과다.

오... 사실 그동안 이런 식의 이해를 해보고 싶었다. 거듭제곱 지수는 상전이, 임계현상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왜 그게 그 값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거나 내가 몰라서 모르거나였던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이해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뭔가 하나 배운 것 같다.

이제 정말 그만하고 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