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스템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과거를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 있다. 매 순간의 정보를 모든 순간에 대해 정확히 알면 그냥 알고자 하는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 또는 모든 순간의 정보를 다 몰라도 경계조건과 그 시스템의 운동방정식만이라도 정확히 안다면 역시 방정식으로 시간의 역순으로 계산함으로써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은 그렇게 완벽하지 못하므로 늘 일정한 정보의 양이 손실된다. (우리가 인식한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진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기억이 잊혀지고 그로 인해 말 그대로 과거를 잃어버린다. 그 이전에 이미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현상에 대해 완벽한 정보를 가질 수도 없다. '어제밤에 눈이 내렸다'라고 기억할 수는 있어도 눈을 이루는 입자 각각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없고 그 눈들이 떨어지면서 공기와 상호작용한 것도 우리는 세세하게 알 수 없다. 다만 통계적인 사실만을 거칠게 봄(coarse-graining; 대충 뽑기)으로써 알 수 있을 뿐이다.

누누히 강조했듯이 인간 자체가 거시적 현상이고 우리의 경험 역시 거시적 현상이다. 10^23개나 되는 입자 각각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알기란 불가능하다. 현재 상태조차 완벽히 모르니 과거를 떠올릴 수도 없고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저 관성에 의지하여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기억을 의심해야 하는 처지다. 아 이런 방향이 아니었는데;;;;

그런데 그나마 기억력이 놀랄만큼 정확한 사람들이 있다. 원래 하려던 얘기는 그런 사람일수록 가역적이라는 얘기였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서 시간의 비가역성의 영향을 덜 받으며...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