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치'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가 지웠다. 그런데 그 글에 내가 달아놓은 덧글은 다시 살려두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1인1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게임이론에서 순수전략(pure strategy)에 해당한다. 즉 협조면 협조, 배신이면 배신이지 둘을 적당히 섞어놓은 전략 같은 것은 배제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혼합전략(mixed strategy)도 있다. 이는 일정한 확률로 협조, 나머지 확률로 배신을 한다는 말이다. 투표에도 혼합전략을 도입하면 어떨까. 이른바 혼합 투표다. 2명의 후보가 있다면 1번 후보에게는 0.3표, 2번 후보에게는 0.7표를 주는 것이다. 10명이든 100명이든 이런 식으로 혼합 투표를 할 수 있다. 물론 각 후보에게 주는 표량(표의 양)의 합은 1보다 클 수 없다. 그 합이 1보다 작다면 나머지는 기권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일종의 '한 바구니에 모두 담지 않기'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혼합 투표를 가능하게 하면 뭐가 달라질까? 사실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사표심리가 작용하는 한 투표자는 자신의 모든 권한(1표)을 당선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몰아줄 것 같고 그러면 혼합 투표는 아무 소용 없고 소수점 찍고 글자를 더 쓰고 그걸 또 다 더해서 1보다 작은지 확인하고 개표 프로그램의 변수도 int나 long이 아니라 float이나 double로 선언해야 하므로 메모리도 더 잡아먹을 것이다.

하지만 사표심리가 작용하지 않는다면 투표자의 표심을 더욱 더 잘 반영하는 선거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에 따라 등수가 바뀌는 경우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대선이 아니라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선거에서는 혼합 투표가 더 나은 투표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거 한 번 연구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