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님의 글을 읽다가 생각난 게 있어서 글을 쓴다. 그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min x + y such that xy = k with k > 0, x > 0, y > 0

xy = k인 x, y 중 그 합이 최소가 되는 경우는 x = y = sqrt(k) 일 때이다. 이 문제는 x, y에 대해 대칭이다. 즉 x와 y의 위치를 바꿔도 문제가 달라지지 않으며 이때 답은 x와 y가 같은 경우이다. "어떤 문제가 변수들에 대해 대칭이라면 그 문제의 답은 각 변수들이 모두 같은 값을 가질 때이다"라는 일반적인 명제가 성립한다면, 그런 유형의 문제를 풀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문제를 살짝 변형함으로써 좀더 직관적으로 알기 쉬운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우선 (x, y) 평면에 문제의 제약조건 xy = k를 그린다고 하자. 이 곡선은 직선 y = x에 대해 대칭이며 이는 곧 문제의 x를 모두 y로 바꾸고 동시에 y를 모두 x로 바꾸어도 문제가 달라지지 않는다(불변)라는 말이다.

만일 우리가 고개를 오른쪽(즉 시계 방향)으로 45도 만큼 돌려서 이 곡선을 본다면 완벽한 좌우대칭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곡선을 반시계 방향으로 45도 돌리면서 동시에 우리의 머리도 같은 방향으로 돌리면 이제 이 곡선은 짝함수(even function)가 된다. 위의 문제는 다음처럼 변형된다.

min y such that y = sqrt(x^2 + 2k) with k > 0

여기서 y는 x = 0인 경우에 최소값을 갖는다. 이 해는 원래 문제에서 y = x인 경우였다. 즉 원래 문제를 반시계 방향으로 45도 돌렸을 때의 해가 x = 0을 만족한다면 원래 문제는 대칭적인 해(즉 y = x인 해)를 갖는다. x = 0이 아니라면 원래 문제는 대칭적인 해를 갖지 않는다.

일반화하면, 짝함수 y = f(x)와 x의 정의역이 주어져 있을 때 이로부터 치역의 극값(즉 min y 또는 max y)을 구하는 문제에서 그 극값이 x = 0을 만족하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면 된다.

이를테면 어떤 제약조건을 반시계 방향으로 45도 돌렸더니 y = f(x) = - 2 x^2 + x^4가 얻어졌다고 하자. y가 최소가 되는 x는 +1 또는 -1이다. 이 문제를 다시 시계 방향으로 45도 돌려서 보면 x + y가 최소가 되는 (x, y)들은 y = x를 만족시키지 않는다.

이 문제는 단순한 수학문제이기는 하지만 생각을 하다보니 통계물리의 상전이에 관한 란다우 이론(Landau theory)과도 관련이 있어 보였다. 애초에 고율님의 문제의식이었던 '대칭성'은 물리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개념이며 상전이(phase transition)를 대칭깨짐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칭이었던 상(phase)과 대칭이 깨진 상 사이의 전이(transition)라는 말이다.

각 스핀이 +1 또는 -1이라는 값을 갖는 이징 스핀 모형에서 대칭인 상은 +1과 -1이 골고루 섞여 있어서 그 평균이 0인 상태다. 대칭이 깨진 상은 +1이 -1보다 많든지 -1이 +1보다 많아서 그 평균이 0이 아닌 값을 갖는 상태다. 시스템의 온도가 높으면 스핀들은 제멋대로 랜덤한 값을 가지므로 대칭인 상에 있다가, 온도가 낮아지면 같은 방향으로 정렬하려는 상호작용에 의해 대칭이 깨지게 된다. 즉 그 평균값이 높은 온도에서 0이었다가 특정 온도 이하에서는 '갑자기' 0이 아닌 값이 된다. 그 특정 온도를 임계점 또는 임계온도(critical point; critical temperature)라 부른다.

란다우 이론은 시스템의 자유에너지 G가 자기화 m (magnetization; 위에서 스핀의 평균에 해당한다)과 온도 T의 함수일 때 G가 G(m, T) = a(T) + b(T) m^2 + c(T) m^4 + ... 처럼 m의 다항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시스템은 항상 자유에너지가 최소가 되도록 유지된다. 온도에 따라 계수 a, b, c들이 변하므로 G를 최소값으로 만드는 m 역시 온도에 따라 변한다. a(T) = 0, c(T) > 0인 상황이라고 하자. b(T)가 T에 따라 0보다 커지는지 작아지는지가 관건이다.

b(T) = b_0 (T - T_c), b_0 > 0

라고 두면 T가 T_c보다 클 때 b(T) > 0이 되고 이때 m = 0인 상태가 된다. 반대로 T가 T_c보다 작으면 b(T) < 0이 되고 이때 0이 아닌 m에 대해 G가 최소값을 갖는다. 그러므로 T_c는 임계온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간단한 이징 스핀 모형에 대해 G(m, T)를 평균장 어림(mean field approximation)를 통해 구할 수 있고 b(T)에 대한 위의 가정이 성립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글이 길어졌다. 이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