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논문을 읽다가 BBGKY 위계(hierarchy)라는 말이 나와서 통계물리 책을 펴들고 관련된 부분을 공부했다. 대학원때 배웠던 것 같기는한데 이름이 특이해서 이름만 기억나고 내용은 기억이 안나더라. 왜 늘 이런 식일까?

그런데 저 용어를 보면 자꾸 BBK가 생각나서;;; BBK도 K가 김경준의 K이고 앞의 두 B도 사람 이름 첫글자를 딴 거라고 들었는데, BBGKY는 Born, Bogoliubov, Green, Kirkwood, Yvon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게 뭐냐면, 통계적 현상을 기술하기 위해 여러 물리량을 정의해서 쓰는데 가장 간단한 것으로, 입자의 위치에 따른 분포를 들 수 있다. x라는 위치에 입자가 몇 개 있느냐를 n_1(x)로 나타낸다. 그 다음으로는 x_1에도 입자가 있고 동시에 x_2에도 입자가 있는 경우의 수를 n_2(x_1, x_2)로 나타낼 수 있다. 이걸 일반화하면, x_1, x_2, ..., x_s 각각에 입자들이 있는 경우의 수를 n_s(x_1, x_2, ..., x_s)로 나타낸다.

맨처음 n_1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상관함수이며 특히 n_2까지가 일반적으로 많이 쓰인다. 다루는 시스템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으므로 가장 기본적인 양들, 그것도 n_2까지만 이용해도 시스템에 대해 대충은 알 수 있다. 통계를 낼 때도 평균과 표준편차까지가 기본적으로 파악하는 양들이며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더 높은 차수의 양을 측정하면 된다.

어쨌든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시스템에서는 입자들 사이의 상관관계가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며 위의 상관함수들을 구하거나 또 그들 사이의 관계식을 얻을 필요가 있다. BBGKY는 그러한 방법 중 하나인데, 각 n_s의 정의로부터 n_s들 사이의 관계식을 얻는 방법이다. 가장 기본적인 결과들은 다음과 같다.

-kT(d/dx)n_1(x) = ∫ dx_2 (d/dx)U(x - x_2) n_2(x, x_2)

-kT(d/dx_1)g(x_1,x_2) = (d/dx_1)U(x_1 - x_2) g(x_1, x_2)
                         + N/V ∫ dx_3 (d/dx_1)U(x_1 - x_3) g_3(x_1, x_2, x_3)

여기서 k는 볼츠만 상수, T는 온도, N은 입자의 개수, V는 시스템의 부피이며, U(r)은 거리가 r만큼 떨어진 두 입자 사이의 포텐셜 에너지다. 모든 항에서 x에 대한 미분은 U에만 적용된다. 첫번째 식은 n_1과 n_2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두번째 식에서 g는 n_2에 비례하고 g_3는 n_3에 비례하며, 역시 n_2와 n_3의 관계를 보여준다. 우리가 어떤 j에 대해 n_(j+1)를 특정한 형태로 가정할 수 있다면 이로부터 n_j를 구할 수 있고 n_j로부터 n_(j-1)을 구할 수 있고... 이런 식으로 n_1까지 구할 수 있다.

그 중 한 예로 Kirkwood 중첩 어림(superposition approximation)을 소개한다. 위의 g_3를 아래 쓴 것처럼 g들의 곱으로 어림하면, 위 두번째 식은 g에 관한 비선형 미적분 방정식(integrodifferential equation)이 되어 풀 수 있다.

g_3(x_1, x_2, x_3) = g(x_1, x_2)g(x_2, x_3)g(x_3, x_1)

정리하면, 이런 식으로 상관함수 사이의 '위계'가 존재하며 이 관계식들을 통해 순차적으로 상관함수들을 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BBGKY 위계.라는 말이다.

Kirkwood 중첩 어림은 꼭 볼츠만의 H-정리의 증명에서 가정된 분자혼돈(molecular chaos) 가정을 떠올리게 한다. 하여간 전체를 이루는 부분들 사이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모두 정확히 알기 힘드므로 어느 순간에는 이런 식의 특이한 형태의 가정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