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어라'는 실은 'read Dhar'다. 모래쌓기 모형의 이론적 연구를 공부해보고 싶다면 다 읽으면 좋다. 방금 모래쌓기 모형에 관한 다의 리뷰 논문[1]을 다 읽었다. (이 논문을 SOC 공부모임에서 함께 공부했는데 내가 발표했던 부분이 많은 편이었고 내가 발표하지 않은 부분도 웬만큼 다 봤다.) 논문 제목에는 SOC가 들어가는데 주 내용은 모래쌓기 모형이고 SOC로 알려진 박-스네픈 진화모형(Bak-Sneppen evolution model), 지진모형 등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

이 모형의 시작을 간단히 소개하면, 1987년 박, 탕, 비센펠트가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처음으로 자기조직화 임계성(SOC)을 보이는 모래쌓기 모형을 제시한 이후로 20년이 흘렀고 그동안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들의 PRL 논문은 방금 확인했더니 지금까지 2522번 인용되었다. 하여간 SOC는 비평형 통계물리의 중요한 연구주제였으며 지금도 그렇다. 다만 다 논문의 마지막 섹션에 열거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많고 당분간 쉽게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아서 도전해볼만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모래쌓기 모형의 규칙을 보면 수학적으로 다루기 까다로워 보인다. 다가 이걸 수학적으로 다루기 쉽게 정의하고 특히 기존에 알려진 여러 평형/비평형 통계물리 모형들과의 연관성을 이용해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다 혼자 다 한 건 아니다;;) 연관된 모형들을 간단히 나열하면, 걸침 나무, q=0 폿츠 모형, 등각장론, 마구잡이 걷기, 오일러 걷기, 샤이데거의 강유역 형성모형, 타카야스 모형, 투표자 모형, 표면 성장, 접촉 과정 등이다. (자세히 다룬 것도 있고 언급만 한 것도 있다.)

개중에 생각해볼 점은 비평형 모형인 모래쌓기 모형이 어떻게 평형 모형인 폿츠 모형과 대응될 수 있는가이다. 또다른 측면에서 자기조직화하는 모래쌓기 모형이 자기조직하지 않는 마구잡이 걷기 모형과 대응될 수 있는가도 물어볼 수 있다. (이 문제는 N선생님이 제기하셨다는 것을 밝혀둔다.) 첫번째 문제는 쉽게 대답할 수 있는데, 모래쌓기 모형이 가질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상태는 유한하며 잘 정의되어 있으므로 그다음부터는 경우의 수를 잘 세어주기만 하면 된다. 평형 통계물리 모형도 결국 경우의 수를 잘 세어주는 것이므로 '잘 세어줄 수'만 있다면 평형이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두번째 문제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겠는데 수학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용어 정의에 관한 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모래쌓기 모형도 이것저것 많다. 사실 수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 처음 제안된 BTW 모형을 비롯하여, Manna 모형, 오슬로 쌀쌓기 모형 등이 있고 규칙이 결정론적이냐 확률론적이냐, 아벨리안이냐 아니냐 등으로도 나눈다. 이런 연구는 아직도 진행중이며 용어조차 잘 정의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뭐 쓰다보니 좀 길어졌네. 이제 그만.

* 참고
[1] D. Dhar, "Theoretical studies of self-organized criticality," Physica A 369, 29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