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놀이 중에 도둑잡기라는 게 있다. 홀수 개의 카드를 이용한 게임인데 한 장의 카드만 짝이 맞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짝이 맞는다. 여기서 짝은 무늬는 달라도 같은 숫자인 두 장의 카드를 뜻한다. 짝이 맞지 않는 카드를 '도둑 카드'라고 한다.

여러 명이 골고루 카드를 나누어갖는다. 골고루 나눠도 사람 수에 따라 어떤 사람은 한 두 장 더 많이 또는 적게 갖고 시작하지만 그게 중요하지는 않다. 일단 자기 손에 있는 카드 중 짝이 맞으면 버린다. 그리고나서 게임이 시작되는데, 순서가 되면 왼쪽 사람이 갖고 있는 카드 중 하나를 골라서 갖고온다. 그 카드와 짝이 맞는 게 있으면 버리고 없으면 그대로 있는다. 그러면 이번에는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카드 중 하나를 골라서 갖고 간다.

도둑 카드와 짝인 카드는 아무리 돌고 돌아도 누군가의 손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 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패자가 된다. 물론 패자보다 먼저 자기 손의 카드를 다 버린 사람은 승자다.

난 이 게임을 옆에서 보면서 반응-확산 모형으로 모형화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카드는 입자들이고 이 입자들은 한쪽 방향(즉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방향)으로만 돈다. 즉 주기적 경계조건을 가진 방향성 있는 확산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확산(diffusion)'이라고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고 그냥 흐름(flow)이라고 해야할 것 같기는 하다. 이렇게 흐르다가 짝을 만나면 시스템에서 사라진다. 이걸 반응식으로는 2A→0으로 나타낼 수 있다. 물론 여기서는 여러 종류의 A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간에 카드를 다 털고 나가는 사람은 시스템 크기가 축소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단 한 사람이 단 한 장의 카드, 즉 도둑 카드의 짝을 지닌 채 게임이 끝난다. 시스템 크기가 유한하다면 언젠가 게임은 끝나게 되어있다. 그럼 게임이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시스템의 여러 변수들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계산해볼 수도 있겠다. 이를테면 시스템 크기에의 의존성, 카드 개수에의 의존성 등을 계산해서 우리가 대충 어느 정도 시간 안에 게임을 끝내고 싶은지를 정한다면 몇 명이 좋을지 카드는 얼마나 이용하는 것이 좋을지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