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가 잠시 나왔다. 옆자리의 친구가 한 얘기는 다음과 같다. 타임머신으로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서 한 행위에 의해 현재가 뒤바뀔 수 있듯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현재에 앎으로 인해 생긴 변화에 의해 미래가 뒤바뀔 수 있고, 결국 이 둘은 같은 상황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난 처음에 그럴 듯 하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더 생각해보니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었다. 과거로 돌아갈 때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들을 바꿈으로써 변화가 발생하지만, 미래는 아직 경험되지 않았으므로 '완벽하게 예측된 미래가 뒤바뀌는 상황'은 미래에 대한 완벽한 예측이 틀린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즉 과거로의 타임머신은 이미 경험된 사실을 뒤바꿀 수 있지만, 미래로부터의 타임머신은 경험되지 않은 것을 뒤바꾸는 것이므로 사실상 '뒤바꿈' 같은 건 일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관찰자가 누구냐에 따라 위 두 가지 서로 다른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나중 시점에서 먼저 시점으로 가서 나중 시점의 정보를 먼저 시점에 퍼뜨림으로써 영향을 주었다고 하자. (일부러 미래/과거 같은 표현을 쓰지 않겠다.) 나중 시점에 있던 관찰자는 먼저 시점의 변화로 인해 '경험된 사실이 뒤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지만, 먼저 시점에 있던 관찰자에게는 '뒤바뀔 경험' 같은 게 애초에 없다. 다만 그들은 나중 시점의 정보가 불완전했거나 적어도 틀렸다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이다. 굳이 이렇게 앞의 얘기를 다시 하는 이유는 하나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어느 시점에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말하면,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오다가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낫다'라는 얘기가 테이블 이쪽과 저쪽에서 동시에 나오기도 했다. 이것도 오늘 생각해보니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내가 예측해야 하는 대상은 거시적인데 반해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범위는 미시적인 경우다.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수동적으로 예측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더 낫지만, 그 범위 밖의 영역에 대해서는 예측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