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의 럿거스 대학에서 진행중인 통계역학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있다. 어제 아침 시작해서 내일 오후에 끝나는 건데 시차를 아직 맞추지 못해서 점심 먹고 배부른 상태에서 졸리기 시작하여 오후 세션은 거의 졸면서 듣는다;; 내일은 오후 세션을 끝까지 들을지 아직 불확실한데 하여간 뭔가를 쓸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지금도 무척 졸린데(현지 시각 밤 9시 50분) 애써 침대에 눕지 않고 끄적거리고 있다. 내일은 끝나자마자 버지니아로 가서 그 다음날 아침부터 열리는 또다른 학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길을 못찾아서 벌인 몇 가지 사건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쓰기로 하고,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참가하면서 느낀 점을 남겨두려 한다. 우선 주최자인 리보비츠(Lebowitz) 교수를 비롯하여 통계물리 쪽의 대가라는 사람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하여간 많이 모인 자리라 그것만으로도 긴장이 되고도 남아야겠지만;; 시차 때문에...

작년 이탈리아에서도 본 마이클 피셔 교수는 여기서도 단연 돋보인다. 이번 컨퍼런스는 브레진(Brezin)의 70세 생일과 파리시(Parisi)의 60세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해서 당연히 이 두 분도 오셨다. 사실 브레진은 못들어본 이름이고;; 파리시는 하여간 유명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 그외에도 생각도 못했던 위튼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고, 역시 작년 이탈리아에서 본 라이블러, 그리고 이름만 듣다가 처음 본 리포프스키, 카다르의 발표도 들을 수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대가들이 모여서 마치 우리가 랩세미나 하듯 서로 발표하고 질문하고 밥도 같이 먹고 하는 걸 보고 있다고 할까. 내가 아직 과문해서 뭐라 판단할 처지는 안되지만, 여기야 말로 '정통'의 맥을 잇는 사람들이고 그렇다보니 기초부터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던 나는 너무나도 초라한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하고 있는 일이 '쓸모 없기'로는;;; 그쪽이나 나나 비슷할 지 몰라도 한 시대를 풍미한 그 분들과 피라미도 아닌 나를 비교하려면 로그 스케일로 그려야 한 그래프 안에 간신히 들어갈 수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어떠한가... 이런 것도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뭔가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대가들의 전자기장에 반응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지금도 졸려서 글의 강약 조절을 못하고 있는데 좀 과장된 것도 있고 빠뜨린 것도 있고 그렇다. 대가들이야 그렇다치고 그 밑에서 같이 일하거나 공부하는 포닥과 학생들이 더 부러운데 이름도 이름이지만 사실 이름뿐이 아니라 실력 있는 교수한테서 지도를 받는다는 건 쉽게 얻어지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의 좋은 기회를 잘 이용하는 것이 내가 우선 신경써야 할 일이기는 하다.

쓰다보니 막연한 느낌에만 기대어 쓴 것 같다. 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나중에 좀더 정리가 되면 또 끄적거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