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면 뭔 말인가 싶겠다. SOC는 자기조직화 임계성의 영문 약자이고 AS는 흡수상태(absorbing state)의 약자다. 예전에 썼던 '자기조직하지 않는 모래쌓기'라는 글 중 1번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이에 관한 연구를 여기 소개하려 한다.

Pruessner와 Peters(편의상 PP라 부르겠다)가 2006년에 PRE에 낸 논문에서 이들은 SOC에 대한 AS 접근을 통해 SOC의 보편성이 AS 접근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사실 AS 접근이라고 하면 위에 링크한 글에서 2번에 더 맞는 표현이라 이 사람들이 이름을 잘못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모래더미 모형(sandpile을 '모래쌓기'보다 '모래더미'로 옮기는 게 더 낫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에 Bak 등이 '자기조직화'라는 말을 붙인 건 조절변수를 미세조정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알아서' 임계상태로 간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건데 이에 대해 뭔가 '숨겨진 조절변수'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그 흐름에서 '자기조직하지 않는 모래더미 모형'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 거다.

그래서 모래더미에 모래알을 떨어뜨리는 몰아가기(drive)와 모래알이 시스템 밖으로 흘러나오는 흩어지기(dissipation)를 각각 h와 ε라는 변수로 설정하여 h, ε, h/ε 이 모두 0으로 가는 극한에서만 임계상태가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즉 앞서 말한 '숨겨진 조절변수'를 명시적으로 나타낸 것이 h와 ε이다. 이 변수들을 이용해서 모래더미 모형에 관한 랑제방 방정식을 쓸 수 있고 이를 분석함으로써 모래더미 모형을 기존의 비평형 상전이의 틀과 용어로 이해할 수 있으며 관련된 임계지수들도 이론적으로 얻어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여기에 PP는 더 구체적으로 h와 ε을 시스템 크기 L이 커짐에 따라 0으로 가는 모형을 제시한다. h ~ L^(-ω), ε ~ L^(-κ)로 놓음으로써 ω와 κ가 임계지수들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처음 h와 ε을 도입했을 때는 원래 모래더미 모형을 단지 기술(describe)하기 위한 것이었지 모형 자체를 바꾼 건 아니었다. 그런데 PP는 새로운 모래더미 모형을 도입했고 여기에 'AS 접근'이라는 말을 붙인다.

이런 접근을 시도하는 동기는 보편적인 것으로 보이는 SOC 현상을 AS 접근으로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려는 것이다. SOC가 보편적이라는 건 모형의 구체적인 요인들이 변하더라도 모형의 대칭성이 변하지 않는다면 임계지수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인데, PP는 AS 접근에서 임계지수들이 모형의 구체적인 요인(즉 ω와 κ)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AS 접근은 보편성을 설명하는데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에 대해 Alava 등은 역시 PRE를 통해 코멘트를 하는데 원래 모래더미 모형은 ω를 무한대로 보내는 극한에 대응하므로 ω가 충분히 크기만 하다면 임계지수들이 ω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SOC가 보편적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러면서 ω를 무한대로 보내놓고 κ를 변화시키면서 사태 크기 분포의 지수를 구했더니 κ와 무관하게 사태의 지수가 같은 값을 보여주더라 하는 걸 시늉내기로 보인다.

이 코멘트에 대해 PP가 대답을 하는데, ω를 무한대로 보냄으로써 이미 AS 접근이 아니라 원래 모래더미 모형으로 돌아간 것이므로 그걸 갖고 SOC가 보편적이라고 주장하는 건 핀트가 다르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이들도 SOC가 보편적일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이들의 목적은 SOC의 보편성을 재발견하자는 게 아니라 SOC에 대한 AS 접근이 얼마나 타당한가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쓴 2004년 PRE 논문에서 이미 1차원 오슬로 쌀더미 모형(Oslo ricepile model)의 경우 몰아가기 방법에 따라 사태 분포의 임계지수가 다른 값을 보여준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으므로 시스템의 구체적인 요인들이 임계지수를 바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더라도 대략 이런 흐름의 논의가 진행되었다. 위의 코멘트와 그에 대한 대답은 지난 달에 출판된 것이므로 아주 따끈한 얘기다. 오늘 이 내용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의견을 들었는데 PP가 제시한 모형은 RG 흐름의 고정점(즉 임계점)으로 접근하는 경로를 다른 방식으로 설정한 것에 불과하며 그렇다고 해도 같은 고정점으로 흘러가는 것이라면 같은 보편군에 포함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만 '다른 경로'에 해당하는 다른 임계지수가 관여할 수는 있지만 결국 중요한 지수들은 같은 값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었다. OK.

그런데 위에서 마지막으로 언급한 논문에서처럼 모형의 구체적인 요인들이 임계지수를 바꾸는 상황이라면 '다른 경로' 외에 좀더 근본적인 문제가 숨어있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지금은 잘 모르겠다.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