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원 격자 위에 입자들이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인다고 하자. 각 자리(site)에는 입자가 하나 있거나 없는 경우 외에 없다. 격자의 왼쪽 끝 자리가 비어 있으면 여기에 α의 비율(rate)로 입자가 하나 외부로부터 들어온다. 격자의 오른쪽 끝 자리에 입자가 있으면 β의 비율로 입자가 외부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어떤 자리에 입자가 있는데 그 오른쪽 자리에 입자가 없으면 1의 비율로 입자가 한 칸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이걸 Asymmetric Simple Exclusion Process(비대칭단순배제과정;;;, 줄여서 ASEP)이라고 부른다. 비평형 문제임에도 정확하게, 즉 아무런 어림이 없이도 풀리는 문제이며 1993년에 Derrida 등이 이걸 풀어서 <물리저널 A(Journal of Physics A)>에 냈다. 그걸 좀 봤는데 기본적인 얼개는 별로 복잡하지 않고 일단 문제를 잘 세팅해놓으면 나머지는 산수다.

그런데 기본적인 얼개가 왜 그런지 그게 물리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예전에 통계물리 겨울학교에서 노재동 교수님이 이걸 푸는 걸 강의해주신 게 있어서 그때 자료집을 찾아서 봤는데 개념설명/수식전개 위주의 개요만 간단히 써 있고 '물리적 의미'는 자료집에 없다. 강의 중 말씀해주신 것 중에 있을지 몰라도 기억이 안난다;;

쨌든, 격자 위의 각 자리에 입자가 있으면 1, 없으면 0이라고 나타내면 하나의 상태는 0과 1의 나열로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0010111011 이런 식이다. 시스템이 이 상태에 있을 확률을 P(0010111011)이라고 쓰겠다. 정상상태일 때, 즉 이 확률들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을 때 이 확률들의 값을 구하는 게 문제다.

여기에 행렬 2개와 각각의 고유벡터와 고유값을 도입함으로써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테면 위의 상태의 확률은 다음처럼 나타낼 수 있다.

P(0010111011) = <W|EEDEDDDEDD|V>/Z

여기서 DE = D + E, <W|E = 1/α <W|, D|V> = 1/β |V>이며 Z는 분배함수의 역할을 하는 함수로서 Z = <W|(D + E)^N|V>이다. 여기서 N은 자리의 개수, 즉 시스템의 크기다. 보면 알겠지만 입자가 없는 빈 칸은 E라는 행렬로, 입자가 있는 칸은 D라는 행렬로 쓴 거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겠는데 왜 DE = D + E라는 식이 나왔는가.가 문제다.

'어떻게 그 식이 나왔나'는 논문에 다 써 있고 유도해서 풀면 되는 거지만, '왜'라는 질문에는 답을 해주지 못한다. 생각 좀 해보고 나름 실마리를 잡으면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래저래 할 일들이 생겨서 잊어버릴까봐 여기에 끄적거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