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세미나 발표를 위해 논문을 읽고 있다. 좀 복잡한 얘기들이고 아직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분야라 논란이 있는 내용들인데, 하여간 Bonachela와 Munoz의 최근 논문(arXiv:0806.4079)은 그나마 그걸 정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비평형 상전이 모형 중 가장 단순한 것으로 접촉과정이 있고 이런 모형들은 DP 분류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입자 개수가 보존된다던가 하는 '보존장(conserved field)'이 있는 모형은 DP와는 다른 C-DP(conserved-DP 또는 Manna) 분류에 속한다는 주장이 2000년 Rossi 등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 분류의 이름에 Manna가 들어간 것만 봐도 모래더미 모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연구 흐름이다.

그런데 DP와 C-DP를 구분하기 위한 지수들이 정확히 계산되지 못하므로 컴퓨터로 시늉내기해서 구분해야 하는데 그 차이가 작은 편이라(소수점 둘째자리부터 달라진다)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것 말고 다른 전략이 제시되었다. 작년에 Bonachela와 Munoz가 <피지카 A>에 낸 논문은 반사벽(reflecting wall)과 흡수벽(absorbing wall)을 도입하고 그 경계에서 일어나는 임계현상을 관찰함으로써 DP와 C-DP를 이전보다 손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또한 방향성 있는 모형으로 바꾸었을 때 DP의 경우 임계지수가 달라지지 않지만 C-DP의 경우 달라지는 것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제 이러한 이슈와 방법들이 만나는 지점을 소개하면, 1996년에 Maslov와 Zhang이 제시한 모래더미 모형(MZ 모형)이다. 이들의 논문은 제목부터가 SOC + DP다. 즉 DP 분류에 속하는 모래더미 모형을 제시하겠다는 것이었고, 2000년에 Vespignani 등이 또 시늉내기를 해보니까 DP인 것 같다고 얼버무린 적이 있다. 하지만 Rossi의 주장대로라면 MZ에서는 에너지가 보존되므로 DP보다는 C-DP에 속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이 문제는 Rossi가 맞냐 틀리냐에 관한 이슈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리뷰할 논문은 위에서 제시된 방법, 즉 벽을 도입하는 것과 방향성 있는 모형으로 바꾸기를 통해 MZ가 C-DP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게 결론이다. DP에 속한다고 주장된 다른 모래더미 모형이 있는데 Mohanty와 Dhar가 2002년에 제시한 들러붙는 모래더미 모형(sticky sandpile; SS)이다. 방향성 있는 SS는 정확히 DP의 하나인 Domany-Kinzel 모형에 본뜨기할 수 있지만 방향성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DP가 아니라 C-DP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이 반론은 Bonachela 등이 2006년에 <PRE>를 통해 제기했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Mohanty와 Dhar가 2007년에 <피지카 A>에 다시 반론을 제기했는데 뭔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들은 모래더미 모형을 있는 그대로 쓰기보다는 상전이가 일어나는 모형, 즉 자기조직하지않는 모래더미 모형으로 바뀌어 연구되고 있다. 그리고 상전이가 일어나는 모형에 관한 임계지수들과 원래 모래더미 모형의 임계지수 사이의 관계식도 이미 Munoz 등에 의해 주어진 상태이므로 적절히 이용하면 된다.

쓰고나니까 정리가 된 것 같아 기분은 좋지만, 구체적인 사항들을 깔끔하게 엮어내면서 발표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건 역시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