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 쓴 글에서 보충할 부분이 있어서 쓴다. 아, 오늘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일이고 일어나자마자 근처 초등학교에 가서 투표를 하고 왔다. 중간에 사고가 생겼는지 어쨌는지 선거 홍보물이 배달되지 않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후보들의 정체성과 차이를 알고 있었으므로 문제 없었다.

이전 글에서 DP와 C-DP를 구분하기 위해 무조건 컴퓨터 열나게 돌리는 것 말고 흡수벽과 반사벽을 도입하는 전략을 소개했다. '벽(wall)'이라고 했는데 쓰던 말로 쓰면 '경계조건'을 다르게 준 거다. 이와 관련해 이전 글에서 소개한 논문에서 참고문헌으로 달아놓은 걸 찾아봤는데 2001년에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모던 피직스 B>(줄여서 IJMPB)에 출판된 Frojdh 등의 논문이 그거다.

우선 평형 상전이 모형인 이징 모형에서 시작해보자. 2차원 격자 위의 이징 스핀들을 상상해보자. 주기적 경계조건을 쓰지 않을 것이므로 경계에 있는 스핀들은 내부(bulk)에 있는 스핀들보다 이웃한 스핀의 개수가 적다. 이웃 스핀의 개수가 적다는 건 그만큼 스핀 사이의 상호작용 세기가 낮아진다는 거고, 임계점보다 낮은 온도에서 내부 스핀들이 질서 상태에 있어도 표면/경계 스핀들은 무질서한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다. 특히 임계점에서는 상관길이가 발산하므로 경계 스핀과 내부 스핀의 상관관계를 결정하는 새로운 지수가 나타나며 2차원 이징 모형에서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러한 표면의 임계현상을 보통전이(ordinary transition)라고 부른다.

경계 스핀 사이의 상호작용을 내부 스핀 사이의 그것보다 더 세게 만든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스핀 사이의 정렬하려는 힘이 세졌으므로 내부 스핀의 임계점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질서 상태가 될 것이다. 물론 2차원 시스템의 경계라면 1차원이므로 상전이가 없다. 그래서 이제 3차원 이징 모형을 생각해야 한다.

어쨌든 중요한 건 표면의 상전이와 내부의 상전이가 다른 임계점에서 나타나므로 이 둘을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거다. 표면은 이미 질서 상태인데 내부는 아직 무질서 상태인 상황도 가능하다. 표면의 상전이를 표면전이(surface transition)라 하고, 앞의 보통전이와 구분하여 특이전이(extraordinary transition)라고도 한다. 표면의 상전이 온도를 내부의 상전이 온도와 같게 맞출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특별전이(special transition)라고 한다;;;

이제 비평형 상전이 모형인 DP(directed percolation)와 BARW(branching-annihilating random walks; 가지치고-사라지는 마구걷기)의 표면 임계현상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자. 이징 모형의 경우 벽이 도입되어 표면 스핀 사이의 상호작용 세기가 내부 스핀의 그것과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DP에서는 입자의 생성/소멸율이 달라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를테면, 내부에 있는 입자는 양 옆에 빈 자리일 경우 자신을 복제할 수 있지만, 표면/경계에 있는 입자는 기껏해야 한쪽에만 빈 자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복제하는 비율이 줄어든다. 그런데 이건 여러가지 벽 중 한 종류에만 해당된다.

이 논문에서는 벽을 세 종류로 구분하는데, 비활성 경계조건(IBC)이 앞서 든 예의 경우다. 반사 경계조건(RBC)은 경계에 있는 입자가 느끼기에 경계 안쪽의 상황을 두 배로 느끼는 경우다. 다시 말해서 위치 0에 입자가 있고 위치 1이 비어있다면 위치 -1도 비어 있는 걸로 보겠다는 거고, 위치 1에 다른 입자가 있다면 위치 -1도 다른 입자로 채워진 걸로 간주하겠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활성 경계조건(ABC)은 무조건 경계가 입자로 채워져 있는 경우다.

더 자세한 건 생략하고, 이전 글에서 말했던 반사벽은 위의 RBC에 해당하고 흡수벽은 IBC인 것 같다. 그런데 이전 글에서 소개한 논문에서, DP의 경우 RBC냐 IBC냐에 상관 없이 같은 결과가 나오는데 C-DP의 경우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또한 C-DP의 경우 벽이 없을 때의 결과와 RBC의 결과가 같다. 이런 결과에 대해 아직 저자들도 확실한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지 않은 게 있는데 원래 모래더미 모형은 모래알이 들락날락하는 열린계이고 대개 열린 경계조건을 이용하므로 이미 IBC 즉 흡수벽 조건을 이용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논문들을 자세히 찾아봤는데도 뭔가가 빠져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추론해보면, 원래 모래더미 모형을 이용하는 대신 고정에너지 모래더미 모형(FES)을 이용한 것 같다. 논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헷갈렸는데, 이들이 연구한 각 모래더미 모형의 FES 버전을 이용했다면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반사벽의 경우 어짜피 에너지(즉 모래알의 양) 보존은 명백하며, 에너지의 밀도가 표면이냐 내부냐에 상관없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면 굳이 표면 효과가 특이하게 나타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C-DP의 경우 반사벽의 결과는 벽이 없는 결과와 다르지 않은 걸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흡수벽인 경우에는 그 벽을 통해 에너지가 손실되므로 당연히 C-DP의 보존장 조건 자체를 깨뜨리는 것으로서 벽이 없거나 반사벽이 있는 모래더미 모형과 다른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반면에, DP의 경우는 위에 설명한 이징 모형처럼 표면 효과가 중요해진다. C-DP가 시스템에 골고루 퍼져 있는 에너지(또는 입자)가 어떻게 모이고 퍼지는지를 보는 반면, DP에서는 에너지(또는 입자) 자체가 생성/소멸하는 걸 보는 거라서 생성/소멸율의 변화가 보다 직접적으로 시스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벽이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 벽의 성질은 중요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는데 논문을 뒤져봐도 잘 모르겠다. 벽이 있는지 여부의 차이로 인한 생성/소멸율 변화보다 흡수벽이냐 반사벽이냐라는 차이로 인한 변화가 무시할만큼 작다면 문제 없지만 좀더 일반적이고 직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이미 10여년 전에 연구된 주제라 잘 정리되어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못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