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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늦었고 길게 쓸 것 같지 않아서 책 감상과 영화 감상을 묶었다. 우석훈씨의 <촌놈들의 제국주의>(줄여서 <촌놈들>)는 <88만원 세대>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에 이은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고, <묵공>은 <촌놈들>의 마지막에 언급되는 영화다. 동네 DVD 대여점에서 <묵공>을 빌린 것도 사실은 우석훈씨 블로그에서 두어번 나온 얘기라서 빌린 거고, 순서상으로는 <묵공>을 본 후 <촌놈들>의 마지막 부분을 읽었으며, 그리고나서 <묵공>을 한 번 더 감상했다.

<촌놈들>이 던지는 질문은 향후 30년 동안 동북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물질적 토대(인프라)를 만들어야 하는가?이다. 그래서 '평화산업'이라는 걸 제시하는데 평화가 유지되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전쟁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보다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30년 후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지금의 10대들에게 어떻게 평화의 파토스를 얘기할 거냐... 이런 문제를 던진다.

전쟁이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결국 자원부족인데, 동북아의 세 나라가 자원 및 식민지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100년 전 유럽에서 이미 비슷한 상황이 있었고 두 번의 세계 대전이 일어난 후에야 구조적으로 전쟁 없는 사회를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여간 글쓴이는 현재의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데, "경차를 타야 전쟁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201쪽)고 한다.

책 제목인 '촌놈들의 제국주의'라는 말은 식민지 지배 경험이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자원 및 시장 확보를 위한 제국주의를 해보고 싶어하는데 경험이 없다보니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기존의 제국을 제대로 벤치마킹하는 것도 아닌 것이 하여간 뭔가 촌티가 난다는 말인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의 가장 만만한(?) 상대가 북한인데 이미 경제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식민지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시작되었고 이에 대한 좌파와 우파의 차이가 있기는 해도 본질적으로 한국 자본주의의 확대를 바란다는 면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한다. (너무 거칠게 써버렸나?;;;)

어쨌거나 말로만 평화가 아니라 평화를 제도로서, 물질적 기반으로서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전쟁을 원하는 세력이 쉽게 전쟁을 일으킬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은 충분히 동의할만한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할거냐?라고 물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동북아의 경제통합, 국제적 교육 교류 프로그램 등을 제시한다. 그냥 처음부터 냉소적으로 '그게 될 것 같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정말 뭔가를 해야겠다고 느낄 때 길잡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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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결론 부분인데 여기서 영화 <묵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영화에 대한 글쓴이의 생각을 다시 쓰면, "진정한 변화를 바라던 2세대가 부패한 1세대에게 무참히 짓밟히는데, 이런 비극은 파시즘의 특징이며 한중일의 2세대가 겪게 될 운명의 서곡일지도 모른다"라는 거다. 이제 영화 얘기를 하면;;;

기원전 370년, 연나라를 정벌하려던 조나라의 10만 대군이 중간의 작은 성인 양나라를 치려고 하는데, 위기에 처한 양나라는 약자를 돕는다는 묵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묵가에서 홀로 양나라를 돕기 위해 온 혁리는 지혜와 용기로써 조나라의 항장군의 공격에 맞서서 결국 양나라를 지켜내지만 묵가의 평화사상의 확산을 두려워한 양나라의 왕은 혁리를 역도로 몰아 죽이려 한다.

그렇게 양나라에서 쫓겨난 혁리와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은 항장군에게 습격받은 양나라를 구하기 위해 다시 양나라에 가서 결국 항장군을 물리치는데 모든 공은 혁리를 역도로 내몰고 추종자들을 무참히 죽인 왕에게 돌아간다... 뭐 이런 내용이다. 한 마디로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인간 말종과 이에 대해 '지나치게 이상론적인' 비공, 겸애, 평화를 주장하고 실천한 혁리... 이로부터 무얼 배울 것인가.라는 건데...

어쨌거나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결국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불행해질 것이다... 이런 거? 하여간 묵가의 혁리의 얼굴에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투신한 나우시카와 그의 스승 유파의 얼굴이 겹쳐지고 평화를 외쳤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근데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이 겹쳐지는데... 그럼 어떻게 할거냐. 요즘 나의 결론은 주제와 상관없이 '물리를 열심히!'인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