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증가 법칙/경향에 대해서는 예전 네이버 블로그에서나 여기서나 여러 번 소개한 적이 있어서 사실 식상한 주제이기는 한데, 그럼에도 아직 명쾌하게 설명하기에 여전히 어려운 주제이니만큼 또 끄적거려볼까 한다. 특히 열역학적 엔트로피와 통계역학적 엔트로피 사이의 관계를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되든 안되든 설명을 시도해보겠다.

예전에도 얼핏 이런 비유를 들었던 것 같다: 부지런한 사람과 게으른 사람이 있다고 하자. 부지런한 사람은 일을 잘 한다. 게으른 사람은 일을 잘 못하고 바닥에서 뒹굴거리면서 에너지나 낭비하는 존재라고 가정하자. (게으른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엔트로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 부지런한 사람은 한 명만 있어도 일을 시킬 수 있지만, 게으른 사람은 백명을 모아봐야 일을 하나도 못한다. 그래서 열의 양(부지런한 정도 * 사람 수)과 질(부지런한 정도)은 구분되어야 한다.

눈치 채셨겠지만, '부지런함'은 높은 온도를, '게으름'은 낮은 온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거기에 사람수를 곱하면 '열'이 된다. 높은 온도의 물질은 일을 할 수 있지만 낮은 온도의 물질은 일을 할 수 없다.

열역학에서 엔트로피 S는 dS = dQ / T로 정의되는데 같은 양의 열이 드나들 때 온도 T가 높을수록 엔트로피 변화는 줄어든다. 즉 어떤 시스템의 엔트로피 변화는 '게으름의 총량이 변한 정도'를 의미한다. 부지런하다고 해도 '완벽하게' 부지런할 수는 없으므로 이들도 엔트로피, 즉 게으름에 기여한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열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자발적으로 흐른다'라는 문장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Reichl, 23쪽), 비유를 이용하면, '사람들은 부지런하다가도 자발적으로 게을러진다' 되겠다. (가슴에 확 와닿지 않는가?! 하여간 그렇게 우리는 쓸모 없는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가? 지금까지 말한 것만 보면 열역학 제2법칙은 현상을 기술할 뿐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열역학 법칙들이 원래 그렇다. 수학으로 '비유'하면 이 법칙들은 '공리'(영화 <월.E>에 나오는 그 배 이름이 axiom이다.)이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 뿐이다. 어쨌거나 설명과 이해를 위해 통계역학의 미시적 접근이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왜 부지런한 사람들도 게을러지는 것일까? 이 부지런한 사람들의 마음을 파헤쳐보자. 부지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제 중에서도 한 가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고 다음 일로 넘어갈 수 있고 그래야 일(work)을 잘 한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사람이 언제나 그렇게 집중할 수는 없다.

살다보면 하는 일 외에도 생각할 것도 많고 고민할 것도 많고, 이렇게 머리 속에서 여러 주제들이 충돌(원래 볼츠만의 기체분자운동론인데 맥락에 맞게 쓰면 '머리속주제운동론' 되겠다;;)하면서 점점 일도 못하고 본인이 실제로 어떤지와 무관하게 밖에서 보기에는 게으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게으른 게 나쁘다고 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리고 머리 속에서 여러 주제들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자세히 알지 못해도 '경우의 수'를 따져봄으로써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걸 이해해볼 수도 있다. 그림을 조금 다르게 그려보자. 한 곳에 생각을 집중하는 경우의 수와 여러 곳에 생각을 분산시키는 경우의 수를 구해보면 된다. 생각이 N개 있고;;; 각 생각이 이곳과 저곳 두 군데만 있을 수 있다고 하자. 생각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경우의 수는 1이고 확률은 1/2^N이다. N이 짝수라고 하고, 절반은 이곳, 절반은 저곳에 있는 경우의 수는 N! / (N/2)! (N/2)! 이고 확률은 이걸 2^N으로 나누어주면 된다.

N이 매우 크다고 하면 생각을 한 곳에 집중할 확률은 0으로 수렴하고 생각을 두 군데 골고루 나누어 둘 확률은 1로 수렴한다. 이걸 보면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얼마나 생각을 집중하기가 힘든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물론 이건 실제 사람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비유'일 뿐이다.) 하지만 생각이 유연한 사람이라면 생각의 운동이 가역적일 거고 그렇다면 생각이 분산되어 있어도 다시 한 곳으로 모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이건 볼츠만의 H-정리에 대한 로슈미트의 반론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너무 길어졌고, 너무 장난처럼 쓴 것 같아서 좀 민망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