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여전히 마구 걷기 중. 원래 아래 RG 얘기를 꺼낸 건 지난 번에 상대론과 양자역학으로 했던 농담의 다음 버전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상식'은 여전히 뉴턴의 고전역학적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소수의 고에너지(권력/재력 등)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상식'을 뛰어넘는 행위를 하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론과 양자역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RG(renormalization group)에서 '리노말라이제이션(되틀맞춤)'이란 어떤 대상을 가까이서 자세히 보는 대신 멀리서 대충 거칠게 보려고 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때 그 대상이 어떻게 달라져 보일거냐? 이런 얘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국소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어떤 변수 K가 있다고 하자. 예를 들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의 양을 K로 나타낼 수도 있다.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있거나 더 많은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은 '거칠게 보기(coarse graining)'가 가능하며 이들은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K와는 다른 K'으로 세상을 이해할 것이다. 물론 K'은 K의 함수이며 K' = f(K)라고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들보다도 더 높은 자리에서 더 많은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은 또다른 변수 K''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즉 K'' = f(K') = f(f(K)) 로 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그 꼭대기까지 올라가면(인간의 수는 유한하므로 언젠가는 이 위계의 꼭대기, 즉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과는 매우 다른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그 두 관점(보통 사람의 관점과 꼭대기에 있는 사람의 관점)이 달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같은 경우부터 보자. 즉 K0 = f(K0) 인 K0라는 값이 존재한다고 하자. 보통 사람과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지위의 사람이 세상을 똑같은 K0로 이해한다면 꼭대기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K0를 RG 고정점(fixed point)이라고 한다.

이전 RG에 관한 글에서 예로 든 2차원 이징 스핀 모형의 RG 고정점은 세 개가 있다. K0가 0인 점, 무한대인 점, 0보다 크고 무한대도 아닌 어떤 상수(K_c라고 하자) 이렇게 세 개다. 그리고 만일 보통 사람들의 K가 K_c보다 약간 크다고 하면 고위층으로 갈수록 K', K''이 커져서 발산해버린다. 반대로 만일 보통 사람들의 K가 K_c보다 약간 작다면 고위층으로 갈수록 K', K'' 등은 줄어들다가 0이 된다. 만일 K가 정확히 K_c라면 고위층이 느끼는 K들도 정확히 K_c이다. 사실 이 K_c가 바로 임계점(critical point)이다.

고위층이 될수록 K가 결국 발산해버리는 사회, K가 0으로 수렴하는 사회, K가 일정한 값(K_c)을 유지하는 사회... 이렇게 나누어볼 수 있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것처럼 K를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하면, K가 발산해버리는 경우 고위층은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것이므로 고위층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 K가 0으로 수렴하는 경우 고위층이 될수록 살기가 편해지는 사회일 수 있겠다. K_c라는 일정한 값을 유지하는 경우는 그나마 '평등'한 세상일까?

뭐 이런 식으로까지 얘기할 생각은 없었는데 헛소리를 하다보니 이런 얘기까지 와버렸다. 어쨌거나 분명히 어떤 위치에 있느냐, 얼마나 더 많은 정보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은 달라지며 그게 꼭 계층을 나누는 것과 같은 얘기일 필요도 없다. 하여간... 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