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널 오브 피직스 A>(줄여서 JPA)에 실린 논문 하나를 읽고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바-일란 대학교 물리학과의 Kessler와 Shnerb가 같이 쓴 논문입니다. 전염병 확산 모형인 SIS, SIR 모형을 1차원 격자 위에서 연구한 건데요, 일단 SIS 모형에 관한 내용만 추려볼게요.

1차원 격자 위의 각 점에 N개의 개체가 있다고 합시다. 격자의 크기가 L이면 모두 L*N개의 개체가 있는 거고 각 개체는 건강하거나(S) 병에 걸렸거나(I)입니다. I는 S에게 전염시키는데 그 비율이 α/N입니다. I는 일정한 비율(β)로 병이 낫고(회복) S가 됩니다. 이렇게 S와 I를 오고간다고 해서 SIS 모형이라 불립니다.

전염성(infectivity)이라는 걸 정의할 수도 있는데 R_0 = α/β로 정의합니다. 잠시 격자 위가 아니라 각 개체가 자유롭게 아무나 만나서 전염을 시킬 수 있다고 합시다. R_0이 1보다 작으면 전염되는 것보다 회복 속도가 빨라서 병이 없어집니다. 병은 자생적으로 생기지 않으므로 병이 한 번 없어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반대로 R_0이 1보다 크면 회복 속도보다 퍼지는 속도가 빨라서 언제나 병에 걸린 개체들이 존재합니다.

다시 격자 위의 모형으로 돌아와서, 여기에 변수가 하나 추가됩니다. 같은 점 안에서 I로부터 S로 전염이 일어날 수도 있고, 한 점의 I가 이웃한 점의 S에 전염시킬 수도 있습니다. 같은 점 안에서의 전염 비율은 (1-χ)α/N이고 이웃한 점들 사이로 전염이 일어날 비율은 χα/N가 됩니다.

만일 N이 1이라면, 이 모형은 접촉 과정(contact process)과 정확히 같은 모형이 됩니다. 그래서 1차원 격자 위의 접촉 과정에 대해 알려진 모든 결과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임계점은 χα/β = 3.298...이고 R_0 = 3.298/χ 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타나는 임계현상은 'DP 보편성 분류(directed percolation universality class)'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일 N이 무한히 커진다면 R_0는 χ와 무관하게 1이 되어야 한답니다. 이 1은 위에서 말한, 격자 위가 아닌 모형, 즉 평균장 어림을 통해 얻어지는 값입니다. χ와 무관하다는 말은 χ가 0인 경우, 즉 한 점에서 시작된 병이 이웃한 점으로 퍼지지 않더라도 그 점에서 병에 걸린 개체가 많으면 이것도 전염 상태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N이 1일 때 R_0(N=1) = 3.298/χ 였다가 N이 무한대이면 R_0(N→∞) = 1인데, 그럼 중간 N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겠다는 겁니다. 이런 확률과정을 결정론적 극한에서 생각해도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즉 평균만 생각해도 OK인 경우)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평균뿐만 아니라 편차까지 고려해줘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상전이가 일어나는 임계점에서는 요동이 발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요동이라는 건 곧 어떤 물리량의 편차가 발산한다는 거고 그게 얼마나 빨리 발산하느냐 등이 관심대상입니다.

특히 비평형 상전이의 경우 한 점에서 시작한 어떤 활동(여기서는 '병'이겠죠)이 얼마나 멀리까지 퍼지느냐를 말해주는 상관길이 ξ로 앞서 말한 편차나 요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R_0가 임계점에 있으면 ξ는 무한대로 발산합니다. R_0가 임계점보다 살짝 작은 경우, 즉 병에 걸린 개체가 줄어들다가 결국 사라지는 경우에 ξ를 재보면 어떻게 될까요.

논문에 따르면, 확률이론으로 계산해보면 ξ가 유한하지만 큰 값을 보여주지만, 결정론적인 이론(논문에서는 classical equation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제가 맥락에 맞게 고쳤습니다)에서는 ξ=0라고 하네요.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인데, '결정론적인 이론'이라고 한 건 평균만 보겠다는 것이므로 그 관점에서는 요동을 뜻하는 ξ가 0일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N을 매우 크게 할수록 확률이론의 ξ가 0에 가까워진다고 하는데, 즉 결정론적 이론과 모순되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흔히 가우스 분포에서 요동은 1/sqrt(N)으로 표현되므로 N이 커지면 요동은 0으로 수렴하는 걸 이용해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좀 정리가 안되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그래서 하여간 재보면 다음과 같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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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이 매우 클 때이고, R_c는 1이며 ν는 DP에서처럼 1.097이 나오고 A(N)은 N^(-τ)에 비례하고, R_0(N) - R_c 도 N^(-κ)에 비례한다네요. τ는 약 0.41, κ는 약 0.66이랍니다. 임계현상 자체는 DP와 동일한데 기존에 연구되었던 지수들과는 다른 지수들(τ, κ)이 발견되었다는 거고 이게 이 논문이 말하려는 겁니다.

그래서 뭐?

라고 물어볼 차례인데요, N=1이면 그냥 1차원 접촉 과정이고, N이 무한히 크면 평균장 어림이 성립하는, 즉 높은 차원의 접촉 과정이라는 말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 점 위의 개체수인 N이 커져도 그 점들이 1차원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공간구조는 여전히 1차원이죠. 그럼 각 점 안에서 일어나는 전염과 점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염 중 누가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할거냐가 문제인데, 상관길이의 N 의존성을 보겠다면 역시 점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염이 중요할 거고 그렇다면 χ가 중요해질 것 같은데 말이죠. 에공 여전히 좀 헷갈리네요.

그럼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 말투를 존댓말로 바꿨는데요, 블로그가 너무 딱딱한 것 같아서 기름칠 좀 해보려고 한 건데 어찌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일단 존댓말 모드로 가보기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