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공부하는 물리학의 다양한 낱말들을 한국어로 옮기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물론 체계적으로 열심히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논문이나 책을 보며 접하는 말들(주로 영어)을 우리말/글로 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는 겁니다.

통계물리에서 자주 나오는 random walk 또는 random walker를 어떻게 옮기면 좋을까도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random은 '무작위'나 '마구잡이'나 때로는 그냥 '마구'로 옮기고는 하는데 '무작위'라는 말 자체가 좀 무거워서 '마구(잡이)'를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walk는 그냥 '걷기'로 하면 되는데 'walker'는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습니다. '걷는 것'이라던가 '걷는 사람'이라고 해도 길어지고 웬지 걸리적거렸습니다. 머리 속에서는 '걷개'라는 말이 계속 울립니다. oscillator를 '떨개'로 옮기거나 attractor를 '끌개', repeller를 '밀개'로 옮기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걷개'를 찾아보니 '늘어진 것을 말아 올리거나 가려진 것을 치우다'라는 뜻의 '걷다'를 명사로 만든 것이 있기는 하더군요. 그런데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인 듯 합니다. 그래서 walker를 '걷개'로 옮기는 데 대해 부담이 없네요. 결론적으로 앞으로 '걷개'라는 표현을 쓰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