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비평형통계물리의 주요한 연구주제 중 하나인 방향성 있는 스미기(directed percolation; DP)에 대한 논문들을 조금씩 읽어보는 중입니다. 이 주제를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딕만(R. Dickman)이 쓴 논문 중에 준정상상태 분포를 이용한 시늉내기 분석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참고: M.M. de Oliveira and R. Dickman, PRE 71, 016129 (2005).

흡수상태가 존재하는 모형에서 유한한 크기의 시스템은 언젠가는 흡수상태로 빠져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접촉 과정(A는 확률 p로 2A가 되거나 확률 1-p로 0이 됨)을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 모든 A가 동시에 사라져버림으로써 흡수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확률 p가 1보다 작기만 하면 언젠가는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컴퓨터로 시늉내기를 할 때는 시스템의 크기를 무한히 크게 할 수 없으므로 시스템이 무한히 클 때에만 존재하는 활동상태(active state)를 구현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결국 유한한 크기의 시스템에서 흡수상태가 존재하는 모형을 시늉내기할 때에는 '준정상상태(quasistationary state; QS)'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할거냐?가 문제지요.

연속적인 시각 t에서 정의되는 마르코프 과정을 X_t라고 합시다. X_t는 n=0, 1, 2, ... 의 값을 가질 수 있다고 하고요, p_n(t)는 시각 t에 X_t가 n일 확률이라고 합시다. n=0이면 흡수상태입니다. (n은 입자 A의 개수입니다.)


이렇게 정의하면, P(t)는 시각 t까지 흡수상태로 빠지지 않을 확률, 즉 생존확률(survival probability)이 됩니다. t가 충분히 클 때 P(t)는 점점 줄어들겠지만, p_n(t) 사이의 비율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즉 p_n = lim_{t→∞} p_n(t) / P(t) (n≥1)로 쓸 수 있습니다. 이때 p_n을 준정상상태 분포(QS distribution; QSD)라고 합니다. 모든 확률과정에 대해 QSD가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이제 QS를 이용한 시늉내기의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흡수상태가 아닌 어떤 초기조건에서 시작한 시스템이 흡수상태로 빠져버리기 직전에 이 시스템을 흡수상태가 아닌 상태로 바꿔치기 하는 겁니다.라고 하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죠? 그런데 바꿔치기 하는 순간을 t라고 하면 바꿔치기 하는 상태를 고를 확률은 그 순간의 p_n(t)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걸 식으로 쓰면,


음... 이렇게 됩니다. 우변의 앞의 두 항은 으뜸방정식에 원래 있는 형태이고요, 마지막 항이 흡수상태로 빠지려는 놈들을 p_n(t)에 비례하는 확률로 살려내는 걸 가리킵니다. 원래 논문에서는 p_n과 별도로 q_n이라는 걸 정의해서 위 식을 쓰는데, 굳이 왜 따로 정의해서 쓰는지 몰라서 그냥 제맘대로 p_n(t)로 썼습니다.

앞뒤 맥락을 더 친절하게 설명하면 좋겠지만, 귀찮아지네요;;; 어쨌거나 핵심은 뭐냐면, 흡수상태로 빠진 놈들을 준정상상태로 되살림으로써 시늉내기 효율이 높아진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