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두 글에 이어서 씁니다. 흡수상태가 없는데 어떻게 흡수상전이가 가능하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사실 엄밀하게 말해서 그런 건 불가능하죠. 다만 흡수상태가 없는 모형에서 나타나는 상전이가 흡수상전이와 같은 결과를 보여줄 수는 있습니다.

힌릭센(Hinrichsen)의 흡수상전이에 관한 리뷰 논문에서 브뢰커(Broker)와 그라스베르거가 제시한 '정원사 모형'에 대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정원에 식물을 키우는데 해충이 생겼다고 합시다. 해충에 병이 든 식물의 옆에 있던 식물에 해충이 옮습니다. 이렇게 병이 든 식물의 수가 하나 많아질수록 병이 든 식물 중 아무거나 하나를 골라서 건강한 놈으로 바꿔줍니다. 즉 병든 식물의 수가 일정하게 보존되는 겁니다. 병든 식물이 완전히 사라지는 '흡수상태'가 이 모형에서는 존재할 수 없죠.

흡수상태가 없음에도, '병이 든 식물의 수'를 조절변수로 한 이 모형은 흡수상전이와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흡수상태가 없다면 시늉내기 과정에서 흡수상태로 빠져버리는 놈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 일도 없고 그래서 시늉내기가 더 편해지겠죠. (더 효율적이 될른지는 모르겠습니다.)

거의 비슷한 모형이지만 다르다고 주장되는 연구로는 토메(Tome; 발음이 맞을까요?;;)와 드올리베이라(de Oliveira)가 같이 PRL에 발표한 논문이 있습니다. 제가 브뢰커/그라스베르거의 논문을 직접 보지 않아서 이들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걸 확인할 수는 없지만 힌릭센의 리뷰에 나온 모형과 비교해보면 다를 게 없어보이거든요. 어쨌거나 이들의 논문은 깔끔하고 명확해서 금방 읽어버렸습니다. (게다가 4쪽밖에 안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모형에 '보존되는 접촉 과정(conserved contact process; CCP)'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벌써 점심 시간이네요.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