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ronoi는 보로노이로 읽으면 될 것 같은데, 뒤의 Delaunay는 어떻게 발음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아시는 분은 가르쳐주세요~ 찾아보니 러시아 수학자네요. 그래서 일단 제목에 둘 다 영어로 썼고요, 줄여서 VD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래서 이게 뭐냐면, 다음과 같이 생긴 격자를 말합니다.

http://mse-092697c.princeton.edu/triangle/trifig1.gif


실선으로 구획이 나뉜 게 보로노이 세포(cell)라고 불리는 그림이고, 이걸 검은 점과 점선으로 바꾸는 걸 'Delaunay 삼각형 분할(triangulation)'이라고 한답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보로노이 세포와 Delaunay 삼각형은 서로 왔다갔다할 수 있죠.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 점을 찍으면 그걸로 보로노이 세포를 만들어주거나 Delaunay 삼각형 분할을 해주는 자바 애플릿도 있습니다: http://www.cs.cornell.edu/Info/People/chew/Delaunay.html 여기 말고도 많은 것 같아요.

이런 격자 위에서 통계물리의 이징 모형, 폿츠 모형, 블룸-카펠(Blume-Capel) 모형, 접촉 과정 따위를 연구한 논문들이 있습니다. 이번주 내내 제가 이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 이슈인 '무질서가 임계현상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문제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그외에도 관련된 연구들이 있겠지만 잘 모릅니다. VD 격자는 '공간적인 무질서'가 구현된 것이고요, 규칙적인 격자 위의 임계현상이 VD 격자의 무질서에 의해 바뀔지 말지에 대한 연구들이라는 거죠.

하나씩 살펴보죠. 2차원 VD 격자 위에서 이징 모형의 임계지수가 2차원 규칙적인 사각 격자 위의 임계지수와 같은지 다른지는 1993년 얀케(Janke) 등의 논문에서 연구되었습니다. 2차원 이징 모형의 ν는 1이므로 해리스 기준에 의하면 여기서 무질서는 임계현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컴퓨터 시늉내기로 재보니까 1이 나오더랍니다. 그대로라는 거죠. 같은 결과인데 좀더 자세한 분석은 같은 저자들이 PRB에 1994년에 낸 논문에 있습니다.

2차원 VD 위에서 이징 모형이라는 면에서는 같지만, 상호작용 세기를 실제 두 노드의 거리의 함수로 준 연구도 있습니다. 얀케 모형은 VD 격자의 각 점 사이의 거리는 무시하고 이웃한 점들과 모두 같은 세기로 상호작용한다고 가정한 건데요, 그보다는 좀더 실제적인 고려를 한 거죠. 실제 이웃한 두 점 사이의 거리를 r이라고 하면 J(r) = J0 exp(-ar) 이렇게 줍니다. a=0이면 얀케의 모형이 되는 거고요. 역시 시늉내기를 해보니 무질서 없는 2차원 이징 모형의 임계지수가 그대로 관찰되더라 하는 결론입니다. 브라질의 리마(Lima) 등이 연구해서 <피지카 A>에 2000년에 냈습니다.

얀케 등은 3차원 VD 위에서도 이징 모형을 연구했습니다(2002년). 3차원 이징 모형은 해리스 기준에 의하면 무질서가 임계지수를 바뀌어야 하는데 이들의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무질서가 개입되어도 무질서가 없는 원래 이징 모형의 임계지수가 그대로 관찰된다는 거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해리스 기준이 틀렸을 가능성이 하나, 얀케 등의 시늉내기 결과를 믿을 수 없는 가능성이 하나입니다. 논문을 자세히 안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저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리마 등도 3차원 VD 위에서 이징 모형을 연구하되 앞에서처럼 실제 거리를 고려하여 상호작용 세기를 J(r) = J0 exp(-ar)로 놓고 시늉내기를 했습니다(2008년). 그 결과 얀케 등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격자의 무질서가 임계지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리마 등은 2차원 VD 위에서 스핀-3/2 블룸-카펠 모형의 임계현상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2006년). 이징 모형의 일반화된 형태인데 기본으로 있는 스핀-스핀 상호작용 항에 각 스핀의 제곱 항이 더 들어갑니다. 스핀-3/2라는 건 이 모형에서는 각 스핀의 값이 3/2, 1/2, -1/2, -3/2를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도 ν는 1로 알려져 있으므로 해리스 기준에 의하면 무질서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데요, 실제로 재봤더니 임계지수가 달라지더랍니다. 앞에서 생긴 문제가 또 발생한 거죠.

역시 리마 등이;;; 2차원 VD 위에서 q=3 폿츠 모형을 연구했습니다(2000년). 앞의 '해리스 기준 적용하기'에 썼듯이 q=3 폿츠 모형에서는 무질서가 임계지수를 바꿀 거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거리가 r인 두 스핀의 상호작용 세기를 앞에서처럼 J(r) = J0 exp(-ar)로 두고 시늉내기한 결과를 보면 a에 따라 지수들(γ와 ν)이 달라지고(β와 γ/ν는 변하지 않음) 그 값들 모두 무질서가 없는 경우의 임계지수와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DP 보편성 분류의 대표적인 모형인 접촉 과정의 경우 무질서가 임계지수를 바꿀 거라고 예측할 수 있는데 VD 격자 위에서 돌려보니 달라지지 않더라하는 연구가 지난 9월에 PRE에 출판되었습니다. 드올리베이라(de Oliveira) 등이 연구한 겁니다. 여기서도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요, 다만 VD 격자의 무질서가 임계현상을 바꾸기에는 '근본적으로 약한(intrinsically weak)' 효과일 수도 있고, 아니면 보통 매우 큰 시스템에서 무질서 효과가 잘 나타나는데 지금까지 시늉내기한 결과들은 비교적 작은 크기의 시스템에서 돌린 것이므로 무질서에 의한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네요.

어떤 말을 쓰든간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건 확실합니다. 그리고 다른 식으로 구현된 무질서(일정한 확률로 링크를 끊는다던지, 노드를 없앤다든지)에 비해 이웃수가 푸아송 분포를 따르는 정도의 무질서는 그 정도가 매우(?) 다를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여기까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