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글에 덧글을 달았던 내용을 제 블로그에도 남길겸, 생각을 좀더 풀어볼겸 글을 씁니다.

음...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 애매한데요, 생각나는대로 쓰면, 위대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동기의 자가발전'이 가능하냐에 달려있다.가 하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위대'라는 표현도 그렇고 그걸 '평범함'과 대비시키는 것도 그렇고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어쨌든 뭔가 다른 사람들이 있고요, 특출난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을 거고요, 아니면 어떤 계기로 동기가 자가발전되는 단계에 이른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어제밤에 늦게 방에 들어가서 라면을 하나 끓여먹고 배가 불러서 책꽂이에 장식용으로 있던 <인공생명>이라는 오래된 책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한 반 쯤 보다 만 거였거든요. 힐리스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에 책갈피가 있더라고요. 컴퓨터를 이용해서 생명체의 진화를 설명하려는 시도를 한 사람이래요. 그걸 위해 병렬컴퓨터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생물학에 아주 친숙했답니다. 아버지는 군인이었는데 전염병 연구자(?)였고, 어머니도 생물학자랬나 그랬어요. 어렸을 때 늘 현미경으로 뭔가를 관찰하거나 실험을 하거나 했다고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인공생명을 만들고 싶어했고 그 방법으로 컴퓨터를 이용하려고 했다나요. (어제밤에 본 거지만 기억이 잘 안 난다는;;; 기억력 감퇴;;)

다른 자세한 건 기억 안나구요, 제 인상에 남았던 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사람이었다는 거,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 행동했다는 거에요. 게다가 스승이 마빈 민스키와 리처드 파인만이었다는데;;; 웬지 포스가... 느껴지지만, 그게 단지 운이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그만큼 그 사람 안의 동기가 강해서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는지... 사실 몇 장 읽다가 졸려서 자느라 그 뒤 내용은 모르겠지만, '동기'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러다 또 오늘 위에 말한 친구가 쓴 글을 보며, (그 글과 직접 연관되는 얘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왜 어떤 사람에게는 그토록 강한 동기가 주어지고(또는 생겨나고) 왜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은가.하는 질문이 떠오른 거죠. 예전에 간절함에 대해 고민했던 것도 비슷한 겁니다. 뜬금 없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뭐니?"라고 물었을 때 즉각 답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일 수도 있겠구요.

앞의 '간절함'이라는 글에 쓴 얘기 이상의 결론은 지금으로서는 없습니다. '뭔가 다른 사람'은 애초에 뭔가 달랐기 때문에 다른 겁니다. 아무리 그걸 다른 요인으로 소급해봐야 마지막에는 결국 '뭔가 달랐기 때문'이라는 거죠. 1보다 작은 수에 1보다 작은 수를 아무리 곱해봐야 1보다 커질 수 없고, 1보다 큰 수에 1보다 큰 수를 아무리 곱해봐야 1보다 작아질 수 없는 겁니다.

제 주변의 뭔가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평범해보여도 뭔가 하나씩은 다른 면이 있더라구요. 그건 하루이틀 노력해서 제가 따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더라는 겁니다. 물론 제가 꼭 그렇게 따라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생긴대로 살면 되는 거기도 합니다만. 저도 제 나름의 장점이 있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외부의 충격에 의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라는 가설도 해봄직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외부의 충격을 받아들이는 그 개인의 속성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외부의 영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요, 특히 아주 극한의 상황에 처함으로써 더욱 근본적인 수준에서의 변화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얘기가 좀 돌고 도네요. 딱히 새로운 결론도 없고요. 밤이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