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카이브 싸이트(arxiv.org)의 응집물질.통계역학(cond-mat.stat.mech)에 올라오는 논문들을 RSS로 받아보고 있습니다. (이 싸이트의 RSS에 관한 도움말은 여기를 참고.) 지난 금요일에 올라온 논문들 중에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는데요, 영국 코벤트리 대학 응용수학연구센터의 케나(Ralph Kenna) 등이 쓴 "로그 보정의 피셔 되틀맞춤(Fisher Renormalization for Logarithmic Corrections)"이라는 논문이었습니다.

예전에 제 블로그에도 로그 보정항의 물리적 의미가 뭔지에 대해 고민한 글을 쓴 적이 있지요. 그 당시 이런저런 고민도 하고 사람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이거다 싶은 답을 찾지 못하고 머리 속 냉장실 야채박스에 묻어두었더랬죠. 그래서 그랬는지 위 논문의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미리 봐둬야 하는 논문이 있더라구요. 역시 케나 등이 2006년에 낸 두 개의 PRL 논문인데 둘 다 인쇄해서 일단 앞의 논문만 죽 봤습니다. 논문 제목이 "Scaling Relations for Logarithmic Corrections"입니다. 제목 참 깔끔하죠~

[아 참고로, 모래더미 모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모형 중 하나가 Manna 모형인데 이 분은 인도인입니다. 그런데 발음을 '만나'로 해얄지 '마나'로 해얄지 헷갈려하던 참에 얼마 전에 인도인 연구원에게 물어보니 이 분도 잠깐 헷갈려하더니 '만나'가 맞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nn을 영어식으로 하면 n을 하나만 발음해야겠지만 인도에서는 n 두 개를 모두 발음하기도 한다는군요. Kenna가 나왔길래 생각나서 씁니다.]

케나 등의 논문이 제가 궁금해했던 로그 보정항의 물리적 의미에 대해 얘기해주기를 기대했는데 사실 그런 내용은 없었고, 로그 보정항을 상전이에서 다루는 모든 물리량에 대해 붙여주면 이 로그 보정항에 관련된 지수들 사이의 관계식을 끄집어낼 수 있고 이 관계식을 로그 보정항 지수가 알려진 모형들에 적용해보면 잘 맞더라.라는 게 주요내용입니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완전히 다 맞는 건 아니라서 그 부분에 대해 좀더 큰 그림을 보여주면서 앞의 논문에서 빼먹었던 관계식에 대해 다루는 게 두 논문 중 두번째 논문인 것 같습니다. 제목은 첫번째 논문이랑 거의 비슷해서 제목만 보면 별로 정보량이 없네요. 이 두 개의 PRL 논문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저자는 W. Janke인데요, 제가 보로노이-델로네 삼각화에 관한 글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분이더군요.

잠깐 옆길로 새자면, 알갱이 동역학(granular dynamics)에 관한 PNAS 논문도 지난주에 보고 블로그에 정리하려다 못했는데, 그 논문의 마지막 저자는 J.M. Luck으로서 이 분 역시 해리스-럭 기준의 바로 그 럭이었습니다. 별로 상관 없어보이는 논문들에서, 게다가 최근 제가 공부한 논문들의 저자들이 박혀 있어서 웬지 신기했다는 겁니다;;; '상관 없어보인다'고 했지만 물론 직간접적으로 상관이 있죠;;;

잡소리가 길어졌네요. 어짜피 자세하게 얘기하지는 못합니다.


임계점 근처에서 상관길이 ξ, 비열 C, 감수율 χ, 자기화 m이 위의 로그 보정(ln |t|)을 뺀 상태로 쓸 수 있다는 건 잘 알려져 있고, 각각의 임계지수들(α, β, γ, δ, ν) 사이의 관계식도 이미 오래전에 정립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로그 보정의 임계지수들(원래 임계지수에 모자(hat)를 올린 것들) 사이의 관계식은 이 논문에서 처음 제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니 PRL에 실렸겠죠.

아, 그리고 위 식들 중 마지막 r은 공간적인 거리가 아니라 양-리 영들 중 임계점에 가장 가까운 영(양-리 가장자리; Yang-Lee edge)과 임계점 사이의 거리입니다. 그래서 아래첨자로 YL이 붙은 거죠. 여기도 로그 보정이 붙을 수 있고 이 보정항의 지수 역시 원래 임계지수 Δ에 모자를 올린 걸로 씁니다.

그럼 이 로그 보정 임계지수 사이의 관계식은 어떻게 찾느냐?하면 바로 양-리 영들을 이용하는데요, 자유에너지는 분배함수에 로그를 취한 것이고, 분배함수는 양-리 영들을 이용하여 나타낼 수 있고, 그 양-리 영들의 분포함수를 g(r,t)라고 하면 자유에너지는 다음처럼 나타낼 수 있습니다.


h(r,t)는 양-리 영이고요, R은 그냥 충분히 큰 상수라고 보면 됩니다. 이걸 지지고 볶고 삶고 찌고 우려내고 양념을 뿌리면 원래 알려져 있던 임계지수들(α, β, γ, δ, ν) 사이의 눈금잡기 관계식은 물론 얻어지고, 또한 로그 보정 임계지수들 사이의 관계식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결과를 안 쓰고 지나가면 아쉽겠죠?


위의 마지막 q를 미처 소개하지 못했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즉 시스템의 크기가 무한하지 않고, L로 유한한 경우에 임계점에서의 상관길이에도 로그 보정(ln L)이 붙는다고 가정할 때 그 임계지수가 q에 모자 올린 겁니다. 그런데 이 모자 올린 q에 관한 식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네요. 하여간 이 문제는 두번째 논문에서 다루는데 다 읽어보지 못했네요.

너무 늦었네요. 이만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