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과 10을 뜻하는 게 아니다. (농담) 열을 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방향성이 없고 무작위한 입자들의 요동으로부터 방향성이 있는 에너지, 즉 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거시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시세계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종종 나타난다. 예전에 '노이즈에 의한 공명(Stochastic Resonance; SR)'에 관해 조금 공부할 때는 이런 생각을 못했다. 며칠 전 세미나 발표를 하나 듣고는 발표자와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발표자료의 개괄 부분에 딱 이 얘기가 나왔다. "How to extract the work from noise (heat)?" 노이즈라고 했는지 열(heat)이라고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것과 SR을 연관지어 이야기를 풀어냈다.

양쪽의 깊이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W 모양의 우물에 공이 하나 굴러다닌다고 하자. 노이즈의 크기가 작을 때는 공이 한쪽에만 머물러 있다가, 노이즈가 커지면 노이즈의 도움을 받아 양쪽 우물을 규칙적으로(우물 깊이의 변화에 맞춰서) 왕복할 것이며 이때 공의 운동의 진폭이 가장 클 것이다. 그런데 노이즈가 너무 커지면 완전히 제멋대로 움직여서 규칙성을 찾을 수가 없다.

규칙적인 왕복운동으로부터 '일'을 얻을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세기의 '노이즈/열'이 필요하다. 그럼 이것이 열로부터 일을 뽑아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W 모양의 우물 포텐셜을 주기적으로 변화시켜주는데 필요한 일이다. 이것이 없다면 SR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물을 주기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일보다 더 큰 일이 공의 규칙적인 왕복운동으로부터 생성되는 경우에만 열이 일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