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후배의 스프링노트에서 <알을 낳는 개>라는 책에 관한 글을 앞부분만 보고는 샀습니다. 아직 100쪽도 다 읽지 못했지만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과학자들이 통계의 함정에 빠지거나 또는 나쁘게 이용함으로써 과학적 사실인양 사기치기가 얼마나 쉬운가...를 꼬집는 내용이랄까요. 한편으로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역시나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그러지 않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제가 읽은 부분에 등장하는 예는 무작위로 추출한 자료로부터 어떤 경향성을 '발견'(발명?)해내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가로, 세로가 각각 6칸인 상자를 만들어놓고 주사위 2개를 던져서 좌표를 정하여 그 칸에 작대기 표시를 하는 겁니다.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그 상자 여기저기에 핵발전소, 공장, 송전선 등을 그려넣습니다. 주사위를 36번 던져서 나온 숫자를 이용해 상자 안에 작대기 36개를 그려넣습니다. 평균적으로 한 칸에 하나씩의 작대기가 그려지겠지만, 작대기가 없는 칸, 작대기가 2개인 칸, 3개인 칸들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우연히' 핵발전소를 그려넣은 칸에 작대기가 3개가 나왔다고 합시다. 평균에 비해 3배나 높은 작대기가 그려진 겁니다. 만일 작대기가 백혈병 환자의 수를 의미한다고 한다면, 이 칸에 작대기가 3개 그려진 것은 우연일까요? 핵발전소에 의한 영향일까요?라고 책의 저자들은 묻습니다.

물론 저자들이 든 예에서 설정상 인과관계란 없습니다. 주사위를 던지는 행위는 상자 안에 그려넣은 핵발전소와 무관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주사위를 던지다보면 핵발전소가 있는 칸에 작대기가 하나도 그려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순전히 우연에 의해 일어난 일을 그 지역의 어떤 시설물과 연관지음으로써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든 예가 핵발전소와 백혈병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교훈은 우리에게 주어진 현상들로부터 인과관계를 밝혀내려는 노력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그 과정에서 확률/통계적 방법과 그 방법에 숨어있는 함정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학적 자세/태도'가 부족했다는 면에서 저도 반성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 글의 제목으로 쓴 '복잡성을 받아들이기'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원래 성격이 의심이 많지만,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더 심해졌고;;; (제대로 공부한 거라는?) 정말 아는 것과 그저 익숙해져서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로는 더더욱 대화하기가 불편한 사람이 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간달까요.

하지만 늘 문제는, 세상은 복잡하다는 거죠. 저에게는 세상이 끊임없는 도전입니다. 제가 도전하겠다는 게 아니라 세상이 저에게 도전해옵니다. 물론 그렇게 냉정하고 잔인한 싸움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복잡함 속에서 사람들의 온기도 느낄 수 있고 열정도 느낄 수 있는 거죠. 그럼에도 저는 늘 제 안에 있는 칼로 그 복잡한 그물(complex network이로군요;;;)을 잘라내려 했습니다. 나는 거기에 얽히고 싶지 않아!라고 외치며 벗어나려고 했던 거죠. 물론 대부분은 부질 없는 일이지만요.

주절거리고만 말았네요. 머리 속을 정리하려고 쓰기 시작한 건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