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서 뒹굴었습니다. 뒹굴다가 한동안 볼 여유가 없어서 못보고 있던 <알을 낳는 개>를 집어들었습니다. 이제야 절반 읽었군요.
지난 번에 소개한대로 통계의 오용과 악용에 대한 글쓴이들의 비판이 날카로운데요, 또한 논문 양산만을 추구하는 풍토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글쓴이들의 전공분야인 의학에서 발생하는 윤리와 과학의 문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과학의 중요한 요소인 재현가능성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는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샘플 수에 제한을 두는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차/오류가 커질수록 과학으로서의 의학에 의문이 더해진다는 말입니다.
의학이 아니더라도 샘플의 수가 크지 않은 현상을 연구한다면 항상 부딪힐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하죠. 컴퓨터 시늉내기라고 해서 이 문제를 비껴가지는 않습니다. 더 큰 시스템에서 시늉내기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컴퓨터가 필요하고 그걸 사려면 돈이 더 들고 그 돈은 결국 정부나 기업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부자가 아닌 연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겠죠.)
제가 환자라면 이것도 일종의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으로 보입니다. 그럼 '환자의 딜레마'인건가요? 어떤 새로운 의약품이나 치료기술이 나왔을 때 비록 그것이 불확실하더라도 누군가는 자신 또는 미래의 다른 환자들을 위해 실험대상이 되고자 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누군가가 먼저 실험대상이 되어 그 약품/기술의 안전성을 검증하기를 바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글쓴이들은 1종 오류가 5%, 2종 오류가 20%라고 가정했을 때 새로운 약품이나 기술이 유의미하기 위한 샘플의 수(대략 1천명 이상)에 비해 실제 연구결과들에 이용된 샘플의 수(많아야 수백명)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네요. 그래도 제가 환자라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백명이 아니라 한두사람에게만 성공적이었다고 해도 희망을 가지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1종/2종 오류를 늘 헷갈려 했는데, 어제 책을 보면서, P(1|0)이 1종 오류, P(0|1)이 2종 오류라고 나름대로 정리를 하니 깔끔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1종 오류는 없는데 있다고 하는 오류, 2종 오류는 있는데 없다고 하는 오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