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 '콘택트'를 쓰고 나서 두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모형이 단순하다고 해서 너무 쉽게 말해왔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번 말했지만 접촉 과정은 매우 단순해서 10글자 이내로 쓸 수 있습니다: A → 0, A → 2A. 여기서 A는 입자인데 복제를 하여 2개의 A가 되거나 사라져서 0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복제냐 소멸이냐는 우연에 맡겨집니다. 우연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캐물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암묵적으로 그 이유를 묻지 않습니다. 특히 모형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물론 그 우연의 연원을 밝히려는 사람들도 있고, 다양한 측면에서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겠죠.

<다크 나이트>에 나오는 하비 덴트의 동전이 떠오릅니다. 영화 후반에서 그는 동전을 던져서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하죠. 던져진 동전은 앞면 또는 뒷면 중 하나를 보여줍니다. 동전 자체, 동전을 던지는 행위, 그로 인해 발생한 동전의 운동과 손등/땅바닥에 떨어져 멈춘 결과. 그 결과로 누군가가 죽거나 살아남습니다.

점점 생각이 랜덤 워크를 하는데, 여기서 떠오르는 질문은, '동전 던지기로 사람의 목숨을 결정하는 건 정당한가?'라는 겁니다. 우연은 윤리와 양립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군요;;; 황당한 질문이기는 한데, 예전에 읽었던 '양자 의회'라는 제안이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머리 속에 조커가 들어앉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