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말씀드린 논문이 나왔습니다. 논문 인용 좀... 굽신굽신;;;

사실 제게는 여러 모로 뜻깊은 논문입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제가 대학원 연구실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접한 모형이 이 모래더미 모형이었구요, 이 주제를 당시 막 뜨기 시작하던 연결망 모형과 연관지어서 석사논문을 쓰기도 했고, 또 논문으로 써서 여기저기 저널에 보냈지만 아쉽게도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인데, 당시에 프로그램을 짜서 돌리고 분석했던 방법이 너무나 미숙하여 방법론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알거든요. 그러다가 사회물리학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공부하고 모형을 만들어서 연구해서 논문도 쓰고 학위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졸업할 즈음 심사위원을 해주셨던 교수님을 찾아가서 조언을 듣기도 했는데, 아싸리 사회학을 제대로 하든가, 아니면 물리학의 방법론을 제대로 익히고나서 하고자 하는 분야(그게 뭐든)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저는 후자를 택했고, 사실상 통계물리를 처음부터 다시 공부한 거죠. ('다시'라는 표현이 좀 걸리네요;;; 제대로 한 적은 있었던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공부모임도 두어개씩 하면서 표준적인 교과서도 공부하고, 모래더미 모형에 관한 리뷰 논문도 같이 읽고, 책도 보고, 최근 논문들도 공부하고, 여러 세미나와 학회에서 열심히 듣고 배우면서 여기까지 왔네요.

쓰다보니 세상 다 산 것 같은 말투인데;;; 전혀 아니고요. 늘 하는 말이지만, 여전히 너무나도 부족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죠. (그럼에도 다행히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나 할까요.) 언제쯤이면 '대체 내가 알고 있는 건 뭐지?'라는 질문에 '이거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는 교수님의 홈페이지에 있는 글귀를 옮기는 것으로 글을 마칩니다.

가장 유능한 사람은 가장 배우기에 힘쓰는 사람이다. -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