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을 시간이네요. 간단히 쓰고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래 그림부터 보시죠. '자석을 가열하면 자성이 사라진다'는 걸 그림으로 그린 겁니다. T는 온도 m은 자성입니다. 그런데 자성이 그냥 부드럽게 줄어들지 않고 아래 그림처럼 어떤 특정한 온도에서 0이 됩니다. 이 특정한 온도에서 상전이가 일어나죠. 이러한 상전이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포텐셜'의 모양 변화를 보는 겁니다.


위 그림의 아래쪽에 그린 곡선이 포텐셜입니다. 고온에서 자성이 없을 때(오른쪽)부터 보면, 우물 모양의 포텐셜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서 시스템이 안정화되며 이때의 m은 0이 됩니다. 하지만 온도가 낮아지면 어느 순간(즉 임계점을 지나는 순간) 포텐셜의 모양이 왼쪽 그림처럼 두 개의 우물 모양으로 바뀌면서 왼쪽 우물 또는 오른쪽 우물 중 하나를 택해서 안정화됩니다. 왼쪽 우물의 가장 낮은 위치에서 m은 음수가 되고, 오른쪽 우물의 가장 낮은 위치에서 m은 양수가 되며, 두 값의 부호를 제외한 크기는 같습니다.

온도가 높았다가 낮아지면서 상전이가 일어나는 현상을 이렇게 포텐셜의 모양 변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평형 상전이에 대한 설명이었고, 비평형 상전이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사실 비평형 모형에서는 포텐셜 자체를 정의할 수 없다고들 합니다. 해밀토니안도 정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정의할 수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왜 할 수 없는지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하지만 유사(pseudo) 해밀토니안을 정의할 수는 있고, 유사 작용(action)도 정의해서 쓰고, 유사 포텐셜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얘기하려는 유사 포텐셜도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는데, 공부를 하다 생각이 나서 정리해둡니다.

아래 그림에서 p는 접촉 과정의 복제율이라고 합시다. ρ는 입자의 밀도가 되겠죠. p가 작으면 입자가 모두 없어지고 그걸로 끝입니다. 그 흡수상태로부터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p가 어떤 특정한 값보다 클 때에는 입자의 밀도가 유한한 값에서 요동칩니다. 이 상황에서 유사 포텐셜을 그려보면 아래처럼 그릴 수 있습니다.


우선 p가 임계점보다 큰 값을 갖는 경우(오른쪽)는 평형 상전이에서 고온인 경우와 다를 바 없는 모양입니다. 다만 이때 ρ는 0보다 큰 값입니다. 그리고 그 값으로 끌려갑니다. 하지만 p가 임계점보다 낮은 경우(왼쪽) ρ는 0으로 끌려들어가서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이걸 포텐셜로 나타내면 '무한히 깊은 우물' 모양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점은 '무한히 깊다'는 겁니다. 예전에 흡수상태는 상태공간의 블랙홀 같은 거라고 했는데,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의미에서 '흡수상태'라는 말이 붙었다고 했죠. 그래서 무한히 깊어야 합니다. 그걸 그림으로 나타낸 게 위의 왼쪽 그림입니다. 아, 그리고 물론 그 무한히 깊은 우물의 가장 낮은 위치에서 ρ는 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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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1월 29일 오후 3시 13분 덧붙임.
덧글에 yy님이 지적하신 내용을 반영하여 두번째 그림(비평형 상전이의 유사 포텐셜)을 다시 그렸습니다. 그렇잖아도 어제밤에 잠들기 전에 뭔가 빼먹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p가 큰 경우에도 흡수상태는 존재합니다. 사실 접촉 과정에서 흡수상태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하지만 p가 큰 경우에 흡수상태로 가기 위해서는 모든 입자가 한꺼번에 사라져야 하는데 그럴 확률은 0입니다. (무한히 큰 격자에 무한히 많은 입자가 있지요.) 다시 말해서 흡수상태라는 우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포텐셜 장벽의 높이가 무한대라는 말이죠. 도달할 수 없는 다른 세상이므로, 그 부분은 점선으로 그렸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흡수상태였다고 하면 걍 거기 머물러 있겠죠.

지적해주신 yy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