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복잡연결망 학회에 다녀왔습니다. 부제까지 다 영어로 쓰면,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mplex Networks: The Past 10 Years and Future 입니다. 즉 연결망 연구의 과거 10년을 되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의 학회였습니다.

학회를 연 시기가 애매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바라바시 등 거물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게 아무래도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들은 있었지만 '미래'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도 나름 아쉬운 부분이네요.

특별 세션 같은 거라도 만들어서, 중진급 연구자들이 연결망 연구의 미래에 대해 패널 토론이라도 벌였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뒤늦게야 들었습니다. 작년 이탈리아 에리체에서 열린 사회동역학 여름학교에서는 사회물리학과 학제간 연구에 대한 패널 토론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들었던 것도 생각나네요.

학회 둘째날 연회에서 학회를 조직하신 교수께서 지난 10년 동안 연결망 연구의 발전 현황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 발표'를 해주셨는데요, 거기서도 '미래'에 대해서 전망을 제시하기보다는 데이터 분석에 그쳤다고나 할까요.

사실 수학, 사회학/경제학, 전산학 쪽에서 이미 예전부터 연결망이 연구되어왔으므로 물리학자들의 연결망 연구가 이후에 어떻게 될지를 묻는 것도 편협한 틀에 갖혀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 10년 동안 나름 눈부신 성과를 거둔 연결망 연구는 물리학자들이 주도한 건 사실이니까요.

어쨌든간에 물리학자들의 연결망 연구가 이 상태에 그치지 않으려면 좀더 근본에서부터 관점을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산이나 생물쪽으로 연결망 연구를 하는 분들에게는 할 말이 없구요;; 사회/경제쪽으로 연관지어서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음 얘기를 하고 싶네요.

경제학에서 연결망을 공부하시는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결국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와 연결되고자 하는 동기나 그런 메커니즘에서 시작하느냐(사회과학자) 아니냐(물리학자)라는 차이가 느껴집니다. 물리학자들이라고 그런 걸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 지나치게 쉽게 그런 고민을 생략해버리는 성향이 강하죠. (몰라서 그런 경우도 많겠죠;;;)

특히 통계물리학자들은 시스템 전체의 거동에 관심이 있고 때로는 '세부사항을 무시함으로써' 보편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게 틀렸다는 게 아니라 이미 지금까지 그래왔고 그로 인해 성과를 얻었으니, 여기서 그치지 않으려면 그동안 지나쳤던 부분들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게 제가 하려는 말입니다.

별 얘기도 아닌데 쓰다보니 또 길어졌네요. 할 얘기를 했으니 여기서 마칩니다. 마음도 좋지 않고 몸도 좋지 않고, 또 몸살이 날 것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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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2월 24일 오후 8시 40분 덧붙임. 제목을 다시 보니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제대로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