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본 Manor와 Shnerb의 2008년 PRL 논문 제목을 한국어로 직역했더니 조금 어색하네요. 원래 제목은 "Origin of Pareto-like Spatial Distributions in Ecosystems"입니다. 이들은 Scanlon 등이 2007년 <네이처>에 발표한 칼라하리 지역의 녹지 분포에 관한 관측 결과와 그들이 이용한 세포자동자 모형으로부터 어떻게 '파레토 같은 분포'가 나오는지를 보여줍니다.

Scanlon 등은 남아프리카의 6개 지역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는데요, 각 지역의 평균 강우량과 그 지역의 나무면적 밀도(논문에는 fractional tree cover입니다)가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제시합니다. 또한 나무들 사이의 양의 되먹임으로 인해 나무들이 모여 있는 영역의 크기가 거듭제곱 분포로 나타난다는 걸 모형을 통해 보여줍니다.

여기서 나무들 사이의 양의 되먹임이란 주변에 나무가 많으면 그늘이 생겨서 땅이 물을 저장하여 다른 나무가 잘 자랄 수 있게 해준다는 거죠. 물론 물 이외의 다른 요인들도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동시에 나무들이 서로 떨어져 있거나 그 수가 적다면 반대로 나무들이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겠죠.

정리하면, 나무들이 자랄거냐 말거냐에는 두 가지 효과가 관여합니다. 하나는 온곳 효과(global effect)로서 강우량에 비례하는 어떤 값 f*가 있고요, 다른 하나는 한곳 상호작용(local interactIon)으로서 위에서 말한 '양의 되먹임' 효과입니다.


x라는 위치에 나무가 없다가(0) 생길(1) 확률(또는 비율)이 위의 왼쪽 식입니다. ρ_x는 x 근처에 나무가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내는 한곳 나무 밀도입니다. f는 ρ_x처럼 시간의 함수인데, 시스템 전체의 나무의 밀도입니다. 즉 ρ_x는 한곳 효과를, f*가 들어간 항은 온곳 효과를 나타냅니다. 이걸 갖고 시늉내기한 결과 실제 관측 결과를 잘 재현한다는 걸 보입니다.

PRL 논문은 이 모형을 거의 그대로 이용하되 생성-소멸 과정(birth-death process; 줄여서 'BD 과정')으로 본떠서 분석합니다. 그래서 거듭제곱 분포의 지수를 구해내기도 하는데요, BD 과정으로 본뜨는 건 좋은데, 생성률, 소멸률을 미시적인 규칙에서 연역해내는 게 아니라 그냥 시늉내기 결과에서 가져다 씁니다. 그래서 중간 고리가 약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BD 과정에 관한 으뜸방정식은 다음처럼 쓸 수 있습니다. 아래 식에서 P_n(t)는 시각 t에 n개의 입자가 있을 확률이고 b_n은 n개가 n+1개로 변하는 비율, d_n은 n개가 n-1개로 변하는 비율입니다.


이 식의 정상상태(즉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상태)는 위 식의 좌변을 0으로 놓고 풀면 됩니다. 그 해를 π_n이라고 하면 아래처럼 써서 풀 수 있습니다. 위 식의 우변을 0으로 만드는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찾기 쉬운 조건이 아래 왼쪽 식이며, 이걸 한곳 균형(local balance) 또는 미세균형(detailed balance)이라고 합니다.


쨌든 이 글의 첫번째 식으로부터 b_n과 d_n 들을 연역적으로 구해내면 좋을텐데, PRL 논문 저자들은 그냥 시늉내기 결과로부터 b_n과 d_n이 모두 n에 비례하며 또한 둘 사이에 상수 Δ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걸 이용합니다. 이 부분이 아쉬운 부분이죠.


그래서 결국 거듭제곱 꼴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그 지수도 γ와 Δ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게 b_n이 n에 비례한다는 건데, 그게 연결망 이론에서는 '선호적 연결'이라 부르는 메커니즘인 것이고, 사실 거듭제곱 분포를 보이는 메커니즘 중에서도 제 생각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Scanlon 등이 제시한 모형에서도 이미 그걸 염두에 둔 거겠죠.

하나만 더 지적하고 넘어가자면, Scanlon 등은 숲의 거듭제곱 분포를 재현하는 모형을 제시하면서 '자기조직화'라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즉 외부에서 조절변수를 조절하지 않아도 거듭제곱 분포가 나오기를 바란거죠.

하지만 그걸 확인하려면 거의 유일한 조절변수라고 할 수 있는 f*의 역할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저도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f*를 처음부터 모형에 집어넣음으로써 모형이 자기조직화 모형이냐 아니냐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서는 Manor와 Shnerb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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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lj님이 알려주셔서 Monar를 Manor로 고칩니다. 제 친구 중에 '모나'라는 별명을 쓰는 친구가 있어서 그랬는지 헷갈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