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질서한 접촉 과정(disordered contact process; DCP)을 비롯하여 무질서한 시스템(무질서계; disordered system)에 대해 공부한다면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은 강한 무질서 되틀맞춤무리(강한 무질서 재규격화군; strong disorder renormalization group; SDRG) 이론을 소개하겠습니다. 참고문헌은 155쪽짜리 리뷰 논문입니다.

[1] F. Igloi and C. Monthus, Phys. Rep. 412 (2005) 277-431.

규모불변이 있는 시스템, 즉 가까이 보나 멀리서 보나(규모 변환에 대해) 비슷하게 보이는(불변인) 시스템을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론으로 RG(되틀맞춤무리)가 있습니다. 이미 말한대로 시스템을 멀리서 볼수록 세부적인 정보는 사라지지만 전체적인 거동이 더 확연하게 나타나므로 이를 통해 '보편성'을 정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멀리서 보기(또는 거칠게 보기; coarse-graining)'를 하나의 변환으로 정식화하면 이 변환에 대해 불변인 대상을 찾아낼 수 있고 이걸 RG 고정점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이 고정점 근처에서 시스템의 행동으로부터 보편성을 분류할 수 있는 임계지수 따위가 얻어지죠.

기존의 RG를 무질서한 시스템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변형해서 적용한 게 SDRG입니다. 기존의 RG에서 '거칠게 보기'는 공간에 대해 균질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어스에서 서울시내 한복판을 자세히 보고 있다가 고도를 확 높이면 모든 건물이나 도로가 '같은 비율'로 작아지겠죠. 하지만 무질서한 시스템에 대한 SDRG는 무질서의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르게 거칠게 보는 전략입니다. 서울시내를 자세히 보고 있다가 고도를 높이는데 이번에는 지역마다 초점을 다르게 맞춥니다. 이를테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는 초점을 유지함으로써 덜 거칠게 보고 낮은 지역은 초점을 흐림으로써 더 거칠게 보는 거죠. 이렇게 균질하지 않게 봄으로써 무질서한 시스템의 특성을 더욱 잘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본론을 시작하려니 쳐넣기 귀찮은 수식들이 눈에 선해지면서 점점 귀찮아지네요... 그리고 처음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그렇고요. 일단 소개라고 해두고 나중에 좀더 정리한 후에 본격적으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