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징 스핀들을 한 줄로 같은 간격으로 죽 늘어놓아 봅시다. (다 놓으셨나요?;;;) 간격은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됩니다. 각 스핀마다 외부에서 z 방향으로 자기장을 걸어주는데 그 값은 모두 제각각, 랜덤입니다. 이웃한 두 스핀은 x 방향으로 상호작용을 하는데 그 세기를 정해줄 수 있는데 그 값 역시 모두 제각각, 랜덤입니다.

i번째 스핀에 걸린 자기장을 h_i, i번째 스핀이 i+1번째 스핀과 상호작용하는 세기를 J_i라고 하겠습니다. (h_i, J_i 모두 양수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이 값들은 각각 확률분포 P(h), R(J)로부터 랜덤하게 뽑아서 지정해줍니다.) 그럼 h와 J들 중 가장 큰 놈을 고릅니다. 그걸 Ω라고 합시다. 만일 Ω가 J_i 중의 한 놈이라면 이 J_i로 연결된 두 스핀은 매우 강하게 상호작용할 것이고 그 두 스핀은 함께 +1이거나 함께 -1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 두 놈을 그냥 하나의 스핀으로 여겨도 좋습니다.

원래 이 두 스핀 각각에는 서로 다른 자기장이 걸려 있었는데, 하나로 합친다면 이 새로운 스핀에 걸린 자기장은 얼마일까요? 이걸 2차 건드림이론(perturbation theory)으로 풀면 새로운 스핀에 걸린 자기장을 기존의 자기장들로부터 계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무질서한 접촉 과정(DCP)에 SDRG를 적용한 논문의 수식을 따라가다 이 부분은 넘어갔습니다;;)


위의 왼쪽이 새로운 자기장이고, 오른쪽식은 Ω가 h_i 중의 한 놈일 때의 결과입니다. h_i가 매우 크다는 건 이웃한 스핀들과의 상호작용보다 외부 자기장에만 반응한다는 거죠. 그래서 이 놈은 그냥 외부 자기장에만 반응하는 걸로 여깁니다. 그럼 이 놈 양옆에 있던 스핀들 사이의 상호작용 세기를 다시 결정해줘야겠죠. 역시 2차 건드림이론을 이용해서 구하면 위의 오른쪽 결과가 나온다는 거죠.

보통 RG 변환이라는 건 '거칠게 보기'로서 여러개의 스핀을 묶어서 하나의 스핀으로 생각하는 과정입니다. 한 번에 스핀을 2개씩 묶겠다고 하면, 시스템 전체에 대해 RG 변환을 한 번 해주면 스핀의 개수는 반으로 줄어듭니다. 그런데 SDRG에서는 한 번 RG 변환할 때 스핀은 1개만 줄어들고 그것도 h_i와 J_i 들 중에서 가장 큰 놈이 뭐냐에 따라 어떤 스핀이 먼저 묶이게 될지가 결정되죠.

보통 RG 변환에서는 그 변환에 대해 불변인 상황, 즉 고정점(fixed point)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SDRG에서도 중요합니다. 보통 RG에서는 변환식을 만들어놓고 고정점을 찾지만, SDRG의 경우 변환식을 그대로 풀어버립니다.

저 위에 쓴 새로운 자기장과 새로운 상호작용은 각각 기존의 값들보다는 작습니다. 분모의 J_i와 h_i가 각각 모든 h, J 중 최대값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대값 Ω는 RG 변환을 할 때마다 줄어듭니다. 그러다 결국 0으로까지 줄어듭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확률분포 P(h), R(J)도 모양이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P(h,Ω), R(J,Ω)로 쓰겠습니다. 여기서 RG 변환식은 이 분포들이 Ω가 줄어들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얻은 결과는 이 분포함수들이 '무한히 넓은 폭'을 갖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확률분포들의 폭(편차)이 0이면 정의에 의해 무질서한 시스템이 아니죠. 그런데 폭이 0보다 큰 상황에서 SDRG를 해주면 이 폭이 무한히 커진다는 거고, 그게 SDRG의 고정점이 된다... 한 마디로 무한 무질서 고정점(infinite randomness fixed point; IRFP)이라 부릅니다.

h,J가 모두 양수라고 해놓고 이들의 최대값 Ω는 0으로 수렴한다고 하면 결국 델타함수꼴이 나오는거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닙니다. 저도 이것때문에 헷갈렸는데요, 사실 정의가 좀 다릅니다. 그래서 위 문단에 쓴 말도 제대로 고쳐져야 합니다: h와 J가 아니라 ln h, ln J의 분포함수의 폭이 무한히 커진다고 해야 맞습니다. 로그를 붙였다는 게 차이죠.

h,J가 모두 양수이고 Ω가 0으로 수렴한다고 해도, ln h, ln J로 보면 0부터 유한한 값 사이에는 무한히 넓은 공간이 있습니다. ln 0은 음의 무한대이니까요. 그래서 어쨌거나 정의를 제대로 이해하면 SDRG 변환을 할수록 무질서가 무한히 커지고 그 무한히 커지는 상태 자체가 이 SDRG 변환의 고정점이 됩니다.

사실 이 마지막 부분이 작년 여름 보이타(T. Vojta) 교수의 강의를 듣고난 후 질문을 했던 건데요, 워낙 급하게 가버려서(저녁식사 바로 전이었던 듯) 제대로 이해를 못한채로 남겨뒀던 부분입니다. 이제야 이걸 왜 IRFP라 부르는지 알겠다는...;;; 확실히 블로그에 정리를 하면서 차근차근 다시 생각해보고 안보고 제껴뒀던 원래 논문들을 읽어보니 답이 보이는군요. 답이 보여타!;;;로군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