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시작한 거...;; 지금까지는 에르미트(Hermitian) 성질이 있는 H_0에 대해서만 다루었는데요, 더 일반적으로 에르미트가 아닌, 즉 비에르미트(non-Hermitian) H_0에 대해 건드림이론을 적용해보겠습니다. 일단 에르미트 성질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떤 행렬의 켤레전치(conjugate transpose; adjoint)가 그 자신과 같다는 조건(self-adjoint라고도 하죠)입니다. 여기서 '켤레'는 행렬의 원소 중 복소수는 켤레복소수로 바꿔주는 거고요, '전치'는 행렬의 대각선 원소들을 기준으로 원소들의 위치를 바꿔주는 겁니다.

물리 현상을 다룰 때에는 대개(?) 에르미트 행렬 또는 에르미트 연산자라고 가정하는데, 이런 연산자를 파동함수에 적용하는 걸 '측정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측정의 결과는 실수(real number)여야 한다는 조건을 생각하면, 이 연산자의 고유값이 실수여야 한다는 거고, 에르미트 성질이 있으면 이 조건이 만족된다는 거죠. 관련해서 논문을 뒤지다가 비에르미트 해밀토니안으로도 양자이론이 가능하다는 2002년 PRL 논문을 발견했는데 나중에 읽어봐야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비에르미트 행렬의 고유값과 고유벡터를 구하는 문제는 왼쪽 고유벡터와 오른쪽 고유벡터를 따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의 고유값에 각각 왼쪽 고유벡터와 오른쪽 고유벡터가 나타나며 이들은 직교합니다. 그럼 다음처럼 문제를 쓸 수 있습니다.


왼쪽 고유벡터에는 L, 오른쪽 고유벡터에는 R을 밑첨자로 붙였습니다.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결과만 쓰면;;;


입니다. λ의 2차까지만 구했고요, 사실 V_nk를 구할 때 왼쪽 고유벡터와 오른쪽 고유벡터를 모두 이용한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에르미트 해밀토니안에 대한 결과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럼 바로 비에르미트 행렬의 고유값이 겹치는 경우(degenerate)에 건드림이론은 어떻게 되는지 보겠습니다. 하나의 에너지에 여러 개의 고유벡터들이 대응하고 이들 각각은 왼쪽 고유벡터와 오른쪽 고유벡터로 구분됩니다. 


같은 에너지를 공유하는 왼쪽/오른쪽 고유벡터들은 아래 왼쪽 식처럼 서로 직교합니다.(겹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증명을 그대로 이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고유벡터들을 이용해서 V_nr,ml을 아래 오른쪽 식처럼 정의합니다.


마지막 준비과정으로, λ=0일 때의 상태는 같은 에너지를 공유하는 고유벡터들의 선형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역시 왼쪽은 왼쪽끼리 오른쪽은 오른쪽끼리 아래처럼 나타낼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제, 에르미트 행렬의 고유값이 겹치는 경우에 대한 결과를 그대로 가져다 쓰되 왼쪽/오른쪽을 나눈 걸 염두에 두고 풀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습니다.


역시 달라진 건 별로 없고, 왼쪽/오른쪽을 구분하지 않을 때와 다른 건 d_rk를 알아야 한다는 거고요, 이건 c_rs 구할 때와 같은 방법으로 구해서 넣어주면 됩니다.

풀어놓고 두어번 검토했는데도 잘 푼 건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실제로 문제에 응용을 해봐야 하는데 막상 하려니 잘 안되어서요. 어쨌든 책을 뒤져봐도 잘 못찾겠고 해서 직접 풀어봤네요.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텐데 말입니다... 혹시 발견하시면 저한테도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