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었는데 이것만 정리하고 들어가야겠네요. 2007년 10월에 '고유벡터 전개를 이용한 으뜸방정식 풀이'라는 글을 썼는데 그때 넘어갔던 얘기를 간단히 정리하려고 합니다. 으뜸방정식(master equation; M-eq.)은 시각 t에 상태 n에 있을 확률 P_n(t)의 변화를 기술하는 방정식이라고 했죠. 그리고 단위 시간 동안 상태 m에서 상태 n으로 변하는 비율을 전이율이라고 하며 W_nm으로 씁니다.


이 식을 좀더 간단히 아래처럼 쓸 수 있습니다.


그냥 W 대신 두꺼운 W, 즉 W를 위 오른쪽처럼 정의하면 됩니다. 반 캄펜(van Kampen)의 책 <물리와 화학에서 확률과정>에 나온 표기를 따랐습니다. 정의로부터 아래 왼쪽 결과가 바로 나옵니다.


위 가운데 식은 전이율이 음수가 아니라는 가정으로부터 나옵니다. 상태 m에서 상태 n으로 변하는 전이율이 음수라는 게 상태 n에서 상태 m으로 변한다는 것을 뜻한다면 W_mn을 양수로 만들어주면 굳이 '음수 전이율'을 도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음이 아닌 전이율' 조건에 의해 두꺼운 W의 대각선 원소, 즉 W_nn은 언제나 0 이하라는 결론(위 식의 오른쪽)이 나옵니다.

대각선 원소가 항상 0 이하이므로 행렬 W의 고유값의 합도 0 이하여야 합니다. 하나 더 알 수 있는 사실은 행렬 W의 왼쪽 고유벡터 중에는 고유값이 0인 놈이 적어도 하나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 왼쪽 고유벡터는 (1,1,1,...,1)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유값들은 모두 0 이하라는 가정을 합니다. 만일 고유값이 양수인 놈이 있다면 그 고유벡터를 포함하는 어떤 상태는 시간에 따라 발산해버립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위의 으뜸방정식을 모든 n에 대해 더해주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P_n의 합은 시간에 상관없이 상수여야 합니다. 처음에 P_n을 '확률'이라고 말하고 시작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으뜸방정식의 형태로부터 위의 결과를 직접 얻을 수 있고, 위의 상수가 양수, 특히 1이고, 모든 P_n이 0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어야 그제서야 '확률'이라 부를 수 있는 겁니다.

행렬 W의 고유값과 고유벡터를 각각 λ, |λ>로 쓰겠습니다. 그럼 P_n(t)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계수를 도입하면 고유벡터의 선형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솰라솰라 풀어주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습니다.


위의 맨 오른쪽 결과만 보시면요, 만일 고유값 중 양수인 놈이 있다고 한다면 시간 t가 커질수록 발산해버리는 항이 생길 겁니다. 그 말은 그 고유벡터를 성분으로 갖는 어떤 P_n이 발산한다는 말이고 모든 P_n의 합이 유한한 값의 상수여야 한다는 위의 조건과 모순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1) 으뜸방정식의 행렬 W의 고유값 λ는 0보다 작거나 같아야 하고, (2) 고유값이 0인 경우가 정상상태를 의미하며, (3) 또한 시간이 많이 흐른 후 시스템의 동역학적 특징은 두번째로 큰 고유값에 의해 좌우된다.는 결론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유값이 모두 0보다 작거나 같아야 한다는 사실이 직접 유도되었다기보다는 P_n(t)들이 0 이상이라는 부가적인 조건에 의해 강제되었으므로 엄밀한 증명은 아닙니다. 그러고보니 반 캄펜 책에 P_n(t) 중 양수인 놈들의 합(=U(t))은 시간에 따라 증가하지 않고, P_n(t) 중 음수인 놈들의 합(=V(t))은 시간에 따라 감소하지 않으며, 무한히 많은 시간이 흐르고나면 U(t)와 V(t) 중 한놈은 0이 되어야 한다는 걸 증명한 게 생각나네요. 여기에는 U(t) + V(t) = C (C는 상수)라는 사실이 이용됩니다.

P_n(0)이 모두 0 이상이었다면 V가 0이 되어야 하고 U는 유한한 값을 가지므로, 역시 이로부터 행렬 W의 고유값이 양수면 안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역시 P_n(0)이 모두 음이 아니라는 부가적인 조건을 이용한 것이므로 만족스럽지는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