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한국어로 옮기니 어색하네요;; 오늘 세미나에서 논문 리뷰 발표가 있었는데 재미있어서 이렇게 씁니다. 원래 제목은 "Spatial Variability Enhances Species Fitness in Stochastic Predator-Pray Interactions [PRL 101, 258102 (2008)]"입니다. 모형은 간단합니다. 2차원 사각격자의 각 자리에 A라는 먹는 놈과 B라는 먹히는 놈이 여러 마리씩 있을 수 있고요, 이들은 다음처럼 상호작용합니다.


괄호 안은 각 반응의 반응률(reaction rate)입니다. 맨 오른쪽 반응률에 밑첨자 i가 붙은 건 반응률이 격자의 자리마다 다르다는 것을 뜻합니다. 무질서한 접촉 과정에서 무질서를 각 자리마다 다르게 고정시킨 상황과 같습니다. 또한 각 A, B는 바로 옆 자리로 랜덤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확산한다는 말이죠.

λ는 자리마다 다른데, 가우시안 분포로부터 랜덤하게 골라서 지정해줍니다. 이 분포의 평균은 0.5로 전부 일정하게 정해놓고, 분포의 분산만 0부터 대략 1까지 변화시키면서 최종적으로 A와 B가 얼마나 살아남는지를 봅니다. λ가 자리마다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효과를 보겠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분산이 커질수록 A, B 둘 다 더 많이 살아남습니다. 또한 정상상태로 수렴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분산이 커질수록 줄어듭니다.

왜 그러냐.

어떤 자리가 비어 있다고 합시다. 여기에 B가 이사를 옵니다. B가 증식을 합니다. 여기에 A가 이사를 와서 B를 잡아먹고 B가 사라집니다. 그리고나서 A는 굶어죽습니다. 즉 0 → B → A → 0 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중간에 B에서 A로 바뀌는 비율이 λ입니다. 즉 λ가 작아야 B가 충분히 많아지고 그에 따라 A도 충분히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리 하나에 대해서만 산수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건너 뛰어도 크게 문제 없습니다;;)


미분방정식을 쓰면 위의 왼쪽이고요, 정상상태, 즉 시간이 충분히 흐른 후에 A와 B의 밀도(한 자리 당 개체수)는 위의 오른쪽입니다. A나 B나 λ에 반비례합니다.

이제 자리마다 λ가 다르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겠습니다. A, B의 확산을 고려하지 않고 생각해보면, λ가 큰 자리에서는 A, B 둘 다 개체수가 작지만 λ가 작은 자리에서는 두 개체수가 모두 큽니다. λ의 평균은 일정한데 분산이 0보다 커서 λ가 큰 데도 있고 작은 데도 있다면 결과적으로 전체 개체수는 어떻게 될까라는 문제입니다. 위의 결과를 이용하면, 전체 개체수는 1/λ의 평균에 비례합니다.

예를 들어, 두 λ가 각각 0.5, 0.5인 경우, λ의 평균은 0.5이고 1/λ의 평균은 2입니다. 그런데 두 λ가 각각 0.2, 0.8이라면 λ의 평균은 역시 0.5이지만 1/λ의 평균은 3.125입니다. 즉, λ의 평균이 같더라도 λ의 분산이 커질수록 1/λ의 평균도 커져서 그에 따라 A, B의 밀도도 커진다는 말입니다. 이 논문이 보여준 결과의 가장 밑바닥에는 이 단순한 산수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그럼 A, B의 확산을 고려하면 결과가 많이 달라질까요? 일단 논문에서는 A의 군집 크기, B의 군집 크기, A와 B 사이의 평균 거리 등을 재서 이 놈들이 각각 덩어리를 이루고 있음을 보입니다. 그리고 λ의 분산이 커질수록 각 덩어리의 크기는 작아지고 또한 A와 B 사이의 평균 거리도 줄어듭니다. 각 덩어리의 크기가 작아지니 A 덩어리와 B 덩어리 사이의 평균 거리도 줄어들겠죠.

다시 λ로 생각해보면, λ가 작은 자리에서는 A가 B를 먹는 속도가 느려서 B가 많아질 겁니다. 반대로 λ가 크면 A가 B를 먹는 속도가 빨라서 B가 빨리 줄어들고 동시에 A가 빨리 커지겠죠. λ가 크냐 작냐에 따라 A나 B 중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많아질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λ가 매우 큰 자리와 λ가 매우 작은 자리가 이웃한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한쪽은 A가 넘쳐나고 다른쪽은 B가 넘쳐납니다. B가 많은 자리는 옆 자리의 A를 위한 식량저장고 역할을 하겠죠. 하지만 이웃한 두 자리의 λ가 같은 경우에는 A는 B가 생기는 족족 먹어치울 겁니다. B가 생길 때마다 먹어치우는 경우보다 B를 한곳에서 증식하면서 옆에서 빼먹는 경우에 A, B 모두 개체수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럴 듯 해보이지만 위에서 구한 결과(A와 B가 '동시에' λ에 반비례)와는 모순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A, B 개체수의 평균은 λ에 반비례하는 게 맞지만 이 평균으로부터의 요동이 작용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이 질문이 잘 해결되지 않는데요. 이런 효과보다 앞에서 말한 간단한 산수(1/λ의 평균)의 효과가 더 크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A 덩어리, B 덩어리, A와 B 사이의 평균 거리 등을 정의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논문 내용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여기서는 먹는 놈과 먹히는 놈의 관계였지만, 위의 A, B를 다양한 현상에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알아서 해보시고요;;; 생각나는 게 있기는 한데 쓰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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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월 31일 오후 6시 36분 덧붙임.
저자들은 자신들 논문의 참고문헌 목록에 모형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링크를 소개해놓았습니다: http://www.phys.vt.edu/~tauber/PredatorPrey/mov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