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올린 '발현을 생각한다7 - 계산역학'이라는 글에서는 입실론-기계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정의 부분이 조금 지저분해서 그 부분만 텍(TeX)으로 이쁘게 다시 그려서 올립니다.


기호가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하나하나 설명하겠습니다.

어떤 시계열을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와 '미래'로 잘라낼 수 있습니다. 문자 위의 왼쪽 화살표와 오른쪽 화살표는 각각 과거와 미래를 뜻합니다. (텍스트로는 문자들 위에 화살표 얹은 것을 표현하기 힘드므로 문자 오른쪽에 과거는 -를, 미래는 +를 붙이는 걸로 하겠습니다.)

대문자는 확률변수이고 소문자는 그 변수의 실현입니다. 이를테면 대문자는 '동전 던지기'이고 소문자는 '앞면' 또는 '뒷면'입니다. S-는 가능한 모든 과거의 집합, S+는 가능한 모든 미래의 집합이 됩니다. Pr(a | b)는 b가 주어진 상태에서 a에 대한 확률, 즉 '조건부 확률'을 뜻합니다. 그런데 미래 a가 여러 가능성 중 하나라면, 이 가능성들의 집합을 A라고 할 수 있습니다. b가 주어진 상태에서 A의 각 원소들에 대한 확률들 역시 하나의 집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그냥 간단히 Pr(A | b)로 쓰겠습니다. 확률들의 집합이므로 '확률분포'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러므로 Pr(S+ | S- = s-)가 의미하는 건, 과거가 특정한 s-일 때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확률분포입니다. 이를테면 이전 번에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나온 걸 아는 상태에서 다음 번에 동전 던지기를 할 때 앞면이 나올 확률과 뒷면이 나올 확률을, 걍 간단히 쓰면 Pr(동전던지기 | 앞면)이 됩니다.

과거도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의 과거도 있고 여러분의 과거도 있죠. 그 과거들을 모두 기억할 수 없으므로 같은 미래를 보여주는 과거들을 하나로 묶어서 보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각 과거에 대한 미래의 확률분포를 구할 수 있는데, 그 미래의 확률분포가 같은 과거끼리 묶어서 집합을 만들자는 게 위의 첫번째 식입니다. 이렇게 가능한 모든 과거들을 미래의 확률분포가 같은 것들끼리 묶어서 집합으로 만들어주는 함수가 ε이며 이렇게 얻은 각 집합을 '인과상태'라 부릅니다.

이제 두번째 식으로 넘어가면요. 약간 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위에 화살표가 없는 대문자 S들은 인과상태입니다. 중간에 대문자 S 위에 오른쪽 화살표와 1이라는 숫자가 붙은 건, 미래 중 바로 다음 번의 확률변수라는 뜻입니다. T는 전이율인데요, 인과상태 i(즉 S=S_i)에 있다가 다음 인과상태 j(S'=S_j)로 전이하면서 확률변수의 결과 s가 생성될 확률을 뜻합니다. 하나의 인과상태에 있다가 동전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나오면 다른 인과상태로 전이하고, 뒷면이 나오면 또다른 인과상태로 전이하는 모든 정보가 T에 담겨 있습니다.

설명이 좀 불분명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하여간 이렇게 입실론-기계가 정의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살리지의 논문들을 참고하세요.

이제 세계방정식, 즉 세계를 기술하는 으뜸방정식과 입실론-기계를 연관지어 보겠습니다. 인간은 세계를 관찰함으로써 세계가 있을 수 있는 상태들을 정의할 수 있고 또한 세계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를 기록하여 그 시계열로부터 입실론-기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T_ij를 구했다면 이걸로 바로 행렬 W를 쓸 수 있고 이제 그걸 풀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이때 으뜸방정식의 '상태'는 있는 그대로 관찰된 상태가 아니라 이 상태들의 집합인 '인과상태'이므로 당연히 그에 맞는 해석이 뒤따라야 합니다.

셀던이라면 어떤 문제부터 풀기 시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