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더미 모형(sandpile model)을 가지치기 과정(branching process)으로 본뜬(mapping) 후에 푼 결과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가지치기 과정으로 본뜸으로써 임계현상에서 나타나는 다양하고도 보편적인 거듭제곱 분포를 가장 간단(?)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결국 '연쇄반응'이라는 메커니즘이 있는 건데 그걸 가지치기 과정으로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단 모래더미는 잊고 가지치기만 생각합니다.

한 자리에서 어떤 활동이 시작(활성화)되었다고 합시다. 활성화된 자리는 랜덤하게 선택된 다른 자리들(최대 2개까지)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각각의 선택된 자리가 활성화될 확률은 p로 일정하다고 합시다. 한 자리에서 시작된 활동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그 자신을 포함해 s개의 자리를 활성화시킨 후 끝날 확률을 구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연쇄반응으로 활성화된 자리들을 묶어서 '덩어리(cluster)'라 부르겠습니다.

모두 s개의 자리가 활성화되었으므로 이들은 모두 2s개의 다른 자리들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 활성화에 성공한 자리는 s-1개이고(그래야 총 활성화된 자리수가 s가 됩니다), 나머지(s+1개)는 활성화에 실패해야 합니다. 활성화에 성공할 확률은 p이고 실패할 확률은 1-p입니다.

그런데 크기가 s인 덩어리의 모양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겠습니다.


s=4인 경우입니다. 주황색 자리가 활동이 시작된 자리이고, 노란색은 연쇄반응으로 활성화된 자리입니다. 각 활성화된 자리는 2개씩 가지(branch)를 칠 수 있으나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또한 위 그림처럼 하나의 s에 해당하는 수많은 가지치기 모양이 가능합니다. 덩어리 크기가 s인 가지치기 모양의 개수도 간단히 계산할 수 있는데요, 이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미 필요한 건 거의 다 얘기했으므로 수식으로 써서 표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어떤 자리에서 시작된 활동이 시작된 자리를 포함하여 s개의 활성화된 자리를 남겨놓고 끝날 확률입니다. 다시 말하면, 2s의 가능한 경우 중 s-1개가 p의 확률로 활성화되고 나머지 s+1개는 1-p의 확률로 활성화에 실패하며, 덩어리 크기가 s인 가능한 가지치기 모양의 수는 2s개 중 s-1개를 뽑는 조합의 수를 s로 나눠서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s로 나눠주는 이유는 각 가지치기 모양을 이미 각 자리에서 시작하는 가지치기 과정으로 s번 중복해서 세어줬기 때문입니다.

위 식을 큰 s에 대해 스털링 어림(Stirling's approximation)해주면 다음처럼 쓸 수 있습니다.


p를 1/2로 보내면 s_c가 무한대로 발산합니다. s_c는 위 거듭제곱 분포의 차단(cutoff)입니다. 뒤의 지수함수가 붙지 않으면 s는 무한정 커질 수 있는데 그걸 s_c까지만 잘라냈다는 말입니다. 하여간 거듭제곱 지수 3/2는 임계현상 분야에서는 아주 잘 알려져 있는 수입니다.

그럼 간단히 이게 왜 모래더미 모형의 결과인지를 말하겠습니다. 사실 위의 P(s)는 '차원이 높은 공간'에서 정의되는 모래더미 모형의 '사태 크기의 분포'이기도 하지만, 다른 임계현상 모형들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모래더미 모형도 결국 어떤 자리에서 시작된 무너지기가 이웃한 자리의 무너지기를 유발함으로써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입니다. 위에서 '활동/활성화'를 모래더미 모형의 '무너지기'로 해석하기만 하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연쇄반응을 밑에 깔고 있는 다른 모형들도 세부사항만 다를 뿐이지 결국 3/2라는 거듭제곱 지수가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럼 이 거듭제곱 지수가 1도 아니고 2도 아니고 왜 하필 3/2이냐?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이 값은 활성화 확률 p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크기가 s인 가지치기 경우의 수로부터 나옵니다. p에 관한 정보는 차단(s_c)에만 들어가 있을 뿐이므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그러면 경우의 수가 중요하다는 건데... 한 자리에서 시작된 연쇄반응이 '언제' 끝날 거냐,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경우'의 가지치기가 가능하냐.라는 두 요소로 분해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또한 '마구 걷개(random walk)' 문제로 본떠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아, 참고문헌은 90년대 초반 논문들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Christensen & Moloney, Complexity and Criticality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