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용어를 한국어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편인데도 웬지 '계'보다는 '시스템'이라는 말이 더 좋습니다. 왜 그런지... 또는 대안은 없는지... 생각해봐야겠네요.

하여간 얼핏 상관 없어 보이는 강자성 시스템(ferromagnetic system)과 마구걷개(random walker)가 실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얘기하려고 합니다. 통계물리든 뭐든 물리를 제대로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이미 잘 아실지도 모르지만 전 뒤늦게 알았거든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에 안도하며;;;; 얘기를 하겠습니다.

우선 마구걷개를 많이 모아놓고 마구 걸으라고 시킨 후에 멀리서 보면 '확산'이라는 말이 떠오를 겁니다. 걷개들의 밀도가 공간적으로 균질해지려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강자성 시스템은 스핀들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하려는 경향이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역시 스핀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도록 한 후에 멀리서 보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스핀의 밀도가 공간적으로 균질해지려는 경향을 볼 수 있겠죠.

그래서 두 시스템을 이어주는 낱말은 '확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확산을 수학적으로 나타내주는 게 라플라시안 연산자 및 행렬(Laplacian operator/matrix)이겠구요.

어쨌든 그럼 '확산'이 적용되는 건 다 같은 시스템인가라고 물을 수 있는데요. 모래더미 모형이라든지 접촉 과정이라든지 숲불 모형(forest-fire model) 따위의 비평형통계물리 모형들은 어떤가라고 물어볼 수 있겠죠. 여기서는 '활동성(activity)'이 정의되고 한 자리에서 시작된 활동이 어떻게 시스템 전체로 퍼지는지를 떠올린다면, 역시 그 밑에 깔려 있는 기본 원리는 '확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실제로 방향성 있는 모래더미 모형이나 여타 다른 모형들이 '정확히' 마구걷개 문제로 환원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구걷개 문제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말이죠. 마구걷개의 가장 간단한 버전이라면 동전던지기일텐데... 농담 하나 하고 마치겠습니다. "나에게 동전 하나만 주면 이 세계를 설명하겠다." 구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