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얘기는 아닌데 괜히 제목이 길어졌습니다. 척도없는 연결망(scale-free network)이 주어져 있고 이 위에서 노드들이 상호작용한다고 합시다. 이 상호작용의 세기가 각 노드의 이웃수의 함수인 경우, 실제로 노드들이 느끼는 이웃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결망의 각 노드 위에 이징 스핀이 하나씩 놓여있는 시스템에서, 이웃한 두 스핀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하려는 세기가 모두 균일한 경우부터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이웃수가 많은 스핀일수록 주변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고 이웃수가 적을수록 주변에 덜 영향을 끼치겠죠.

이제 이웃한 두 스핀 사이의 상호작용 세기가 각 스핀의 이웃수가 많을수록 줄어든다고 합시다. 그러면 앞의 경우보다는 이웃수가 많아서 생기는 영향력이 줄어들 겁니다. 그러면 이 스핀의 '실질 영향력' 또는 '실질 이웃수' 역시 줄어들겠죠. 직관적으로는 매우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숫자들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간단한 산수를 이용하여 풀어보겠습니다. 이웃한 두 노드의 이웃수가 각각 k, k'이라고 하면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 세기는 다음처럼 주어진다고 합시다.


그리고 척도없는 연결망의 이웃수 분포의 거듭제곱 지수(말이 길군요;;;)를 γ라고 하고, 위와 같은 상호작용에 의해 노드들이 실제로 느끼는 실질 지수(effective exponent)를 γ'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알고 싶은 건, γ'이 γ와 α의 함수일텐데, 어떤 모양이냐는 겁니다. k_e는 실질 이웃수(effective degree)를 뜻합니다. 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면요, 상호작용 세기 J는 k의 -α 제곱과 k'의 -α 제곱으로 분리해낼 수 있습니다. 즉 각 노드를 따로 생각해도 됩니다. 각 노드는 자신이 가진 각 링크에 대해 k의 -α 제곱의 영향력을 가지므로, 그 노드의 전체 영향력은 k의 1-α 제곱이 됩니다. 그게 곧 그 노드의 실질 이웃수입니다.

이제 남은 건 위 식의 두번째 있는 항등식을 이용해서 각 지수 사이의 관계를 구하면 됩니다. 그래서 최종 결과는 위 식의 맨 오른쪽 결과입니다. 예로 이징 모형을 들었지만, 위 결과는 이징 모형의 구체적인 성질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므로 매우 일반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결망 위에서 스미기(percolation) 문제에 대해 위의 결과를 이용한 연구결과가 PRL에 발표되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A. Moreira et al., PRL 102, 018701 (2009). 논문 제목은 "How to Make a Fragile Network Robust and Vice Versa"입니다.

위 논문에도 나와있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틀에서, 앞의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γ가 2.5인 척도없는 연결망은 허브가 매우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 허브들의 효과가 너무 세다고 판단하여 α를 0.5로 하는 상호작용을 도입함으로써 그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실질 지수 γ'은 4가 됩니다. 거듭제곱 지수가 4인 척도없는 연결망에서는 허브의 발달 효과가 미미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α를 음수로 놓는 겁니다. γ가 2.5, α가 -0.5이면 γ'은 2가 되어 허브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집니다.

음... 다 쓰고나니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덧붙입니다. 이 역시 위 논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응용한 건데요, 이를테면 사회공학의 측면입니다. 사회의 불평등은 개개인의 부의 분포가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느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흔히 파레토 법칙, 20대 80 법칙으로 알려져 있죠.

개개인이 사회적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정부가 세세히 조절할 수 없지만(즉 γ는 조절 불가능한 변수), 우리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인 간의 상호작용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즉 α는 조절가능한 변수), 실질적인 부의 불평등 정도를 낮출 수(즉 γ' > γ)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냐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