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소개한 책 <Complex Adaptive Systems>(줄여서 CAS; 복잡적응계)의 3장은 모형화에 대한 모형을 다룹니다. 세계를 상태와 상태들 사이의 전이라고 합시다. (사실 이것부터 이미 모형화이기는 하네요.) 세계가 어떤 상태 S에 있다고 합시다. 이 상태는 시간에 따라 다른 상태 S'으로 변합니다(전이). 이 변화는 세계의 운동 규칙, 즉 어떤 함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S' = F(S). S 그 자체도 매우 복잡할테고 F도 마찬가지겠죠. 그래서 우리에게는 좀더 단순화된 모형이 필요합니다. 다른 말로, 시스템의 자유도를 낮춰야 합니다.

세계를 상태와 상태들 사이의 전이라고 하면, 상태도 단순화해야 하고 전이도 단순화해야 합니다. S를 단순화, 즉 부차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무시하고 필수적으로 보이는 것들만 추려낸 걸 s라고 합시다. 이를테면, 구슬 5개가 있다고 합시다. 투명한 구슬은 A, 불투명한 구슬은 B라고 하면 (A,A,A,B,B)보다는 (A 3개, B 2개)로 기억하는 게 훨씬 편하겠죠. 이런 걸 동등류(equivalence class)로 묶는다고 합니다. 이런 단순화 과정 역시 하나의 함수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s = E(S).

s는 시간에 따라 s'으로 변하겠죠(전이). 물론 이 변화도 세계의 변화로부터 단순화한 규칙입니다. 그걸 f라고 합시다: s' = f(s). 책에는 그냥 지나가버린 얘기지만 실은 F를 단순화하여 f를 찾아내는 과정도 중요하죠. 함수 E를 안다고 해서 이로부터 f가 연역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F를 단순화하여 f를 찾아내는 건 범함수 H로 표현합시다: f = H[F].

그럼 그 단순화된 모형이 복잡한 세계를 잘 설명해내는가?라고 물어볼 수 있겠죠. 그에 대한 답은 실제 변화된 세계 S'과 모형을 통해 예측된 세계 s'을 비교함으로써 얻습니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직접 비교될 수는 없고, S'을 단순화한 게 s'과 같은지를 보면 됩니다. 다만 이때 단순화 규칙은 S를 s로 단순화한 그 함수를 그대로 써야겠죠. 즉, E(S') = s'이어야만 좋은 모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좋은 모형의 조건'을 풀어 쓰면, E(F(S)) = f(E(S)) 입니다. S에서 시작해서 전이 후 단순화한 결과와 S에서 시작해서 단순화 후 전이한 결과가 같아야 한다는 거죠. 여기에 책에는 없는 F로부터 f로의 범함수까지 고려해서 써주면, E(F(S)) = H[F(E(S))] 이겠죠?

사실 이렇게 주절주절 쓴 건, 제가 예전에 '예측가능성'이라는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거랑 거의 똑같은 내용이라서 그렇습니다. 다만 이 사람들처럼 간명하게 수식으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폼이 나지 않는다는;;; 폼이 중요하다는 교훈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여튼 재미있는 주제들이 많아서 엔돌핀이 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