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써놓고도 제목이 뭔가 모호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복잡계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어쨌든 여기서 말하려는 양면성은 견고함(robustness)과 민감함(sensitivity)입니다. 둘 다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기술할 때 쓰는 말이며, 비슷한 낱말들로는 안정성/불안정성을 들 수 있겠군요.

견고함은 보편성과 연관지어 이해될 수 있는데, '세부사항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와 연관됩니다. 세부사항이 중요하지 않으므로 그걸 바꿔봐야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건 '혼돈의 가장자리'로 얘기되는 복잡계의 민감함과는 정반대의 개념이기도 하지요.

물론 '진정한(?)' 복잡계 또는 그냥 이 세상은 위 두 가지가 모두 적절히 섞여있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아무래도 이게 가장 모범적인 답안이 될 것 같습니다. (회색분자이던가;;;) 더 자세히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이고요, 다만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과 연관지어 하나만 더 말하겠습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주의라능]

제1파운데이션이 세워진 후 계획대로 잘 굴러가지요. 즉 그들의 예측과 그들이 구성한 시스템은 어느 정도 견고하다는 말이겠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돌연변이 뮬이 나타나면서 그들의 계획은 산산조각이 납니다. 이건 또한 그들이 구성한 세계가 하나의 개인에 의해 파괴될 수도 있다는, 즉 민감하다는 걸 말하겠네요. 그게 원인이었는지 어땠는지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간 파운데이션의 후손들은 마이크로심리역사학을 개발하여 좀더 정교하게 시스템을 통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