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님의 홈페이지에 있는 글 '예술가와 기술자'를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씁니다. 최근 <시사IN>에 나온 우석훈님이 쓰셨던 '엘리트 스포츠'와 '대중 스포츠'의 차이에 관한 글도 연관되겠군요. 그게 예술이건 스포츠건 과학기술이건 스타를 키우는데 치중하기 보다는 저변을 탄탄하게 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를 '아래로부터의 조직화(또는 자기조직화)와 거듭제곱 분포'라는 말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대충 뻔한 얘기라는 게 보이시죠? (그만둘까;;)

행위자들이 자기조직화할 수 있는 하부구조를 만들어놓으면 비록 예측할 수는 없지만 행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허브에 해당하는 대박들이 튀어나올 수 있고, 또한 그런 허브가 일시적으로 붕괴된다고 해도 저변에 깔려 있는 에너지가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허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에 반해 위로부터 인위적으로 허브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저변이 불안정하므로 일시적인 성공이 지속적인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또한 위로부터의 지원이 끊기거나 불안정해짐으로써 안정적인 피라미드 구조(거듭제곱 분포)가 생기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를 해볼 수도 있겠네요.

어떤 근거가 있기보다는 하나의 주장을 위해 논리를 끼워맞춰 본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래로부터의 저변의 확대라는 것도 결국 위로부터의 정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는 거겠죠. 그다음부터는 모르겠다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만드는 문화'와 '기르는 문화'의 차이에 대해 오래전에 윤구병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떠오릅니다. 아래로부터 떠오른(emerge) 허브가 길러진 거라면, 위로부터 내려온 허브는 만들어진 것이고,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생명력이 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죠.

사실 이런 식으로 '아래로부터'와 '위로부터'를 구분하는 게 적절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아이디어 수준이라 허술해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