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04/17

몇 번째인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다시 보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1982년에 그리기 시작하여 1994년에 완성한, 7권짜리 만화 나우시카.

보면서 몇 번이나 울컥 눈물이 나려 했는지 모른다. 간혹 나우시카에 대한 우상화(?)가 지나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때론 이야기 흐름에 비약이 느껴지기도 하고 7권 마지막 부분의 나우시카의 행동이 예전에 비해 강하게 다가온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나우시카는 말한다.

고통이나 비극이나 어리석음은 청정한 세계에서도 없어지지 않아. 그것은 인간의 일부니까...

또한 동시에, 나우시카는 그 어리석은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리석은 인간들에 의해 고통받는 인간들,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더이상 어리석은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의 스승 유파처럼 헌신한다.

명쾌한 해답에 비추어 보자면 나우시카는 굉장히 모순적이다. 하지만 애초에 명쾌한 해답이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우시카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고, 그것은 바람 계곡의 할아범들, 유파나 아스벨, 케챠, 크샤나, 숲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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