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흡수상전이에 관한 공부2에서 n=2인 경우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참고한 논문이 힌릭센(H. Hinrichsen)의 2000년 논문이었는데, 2001년에 다른 그룹에서 일반적인 n에 관해 연구한 논문을 오늘 소개하려고 합니다:

J. Hooyberghs, E. Carlon, C. Vanderzande, Phys. Rev. E 64, 036124 (2001).

1저자인 호이베악스는 무질서한 접촉 과정에 관한 시나리오를 제시한 2003년 PRL 논문의 1저자이기도 합니다. 그 논문도 반데르잔데와 함께 쓴 거군요.

접촉 과정은 격자 위의 각 자리의 상태가 A 또는 0 두 가지 밖에 없었죠. 여기서 0을 여러 종류로 확장한 게 일반화된 접촉 과정(generalized contact process; GCP)입니다. 즉 각 자리의 상태는 A이거나 0_1, 0_2, ..., 0_n 중 하나가 됩니다. n=1이면 원래 접촉 과정이 되고, n=2인 경우에(힌릭센이 처음 연구) 특히 1차원 격자 위에서는 DP와는 다른 홀짝 보존 보편군(parity conserving universality class; PC class)에 속한다고 했었죠.

호이베악스 등은 1차원 격자 위에 n=3, 4인 경우를 밀도행렬 되틀맞춤무리(density-matrix renormalization group; DMRG) 수치계산을 통해 시스템이 언제나 활성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입니다. 그럼 좀더 구체적으로 모형을 소개합니다. k는 1부터 n까지입니다.


위의 (1), (2)는 A의 소멸을 나타내는데, 소멸하고 나서 n개의 0들 중에 어떤 0이 될거냐에 관한 규칙입니다. (3)은 A의 생성/복제를 나타내고요. 그외에 (4)라는 특이한 규칙이 도입되는데요, 서로 다른 0(비활성 상태)들이 이웃한 경우 A가 생성된다는 겁니다. 이 규칙으로 인해 흡수상태는 각 자리의 상태가 모두 똑같은 비활성 상태인 경우만 가능하며, 그런 건 정확히 n개입니다. 그래서 'n개의 흡수상태'라는 말이 제목에 포함되었습니다.

이제 1차원 격자 위에서 위 규칙에 따라 시스템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머리 속으로 그려보겠습니다. 처음에는 각 자리에 A와 0_i들이 랜덤하게 뿌려져 있다고 하고요, A는 주변 빈자리에 자신을 복제하기도 하고 혼자 사라지기도 합니다. 사라질 때는 바로 옆에 비활성 상태(0)가 있을 경우 그 상태를 따라 갑니다. A가 아니라 0의 관점으로 보면 같은 0들이 이어져 있는 영역(domain)이 커지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같은 0_i들로 이어진 영역들이 보이고 그 영역들 사이에 A들이 있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사라질 때, 이웃한 자리에 모두 A만 있는 경우 0_1부터 0_n까지 중 하나로 변합니다. 즉 새로운 비활성 상태인 0의 영역이 시작되는 거죠. 그러다 서로 다른 종류의 0 영역들이 만나면 규칙 (4)에 의해 그 사이에 A가 생성됩니다. 이 A에 의해 영역들 사이의 경계가 끊임없이 변하는 겁니다.

정리하면, 같은 종류의 0들로 이어진 영역들이 나타나고 이 영역들 사이의 경계에 A들이 있으며 이 A들이 생성/소멸하면서 기존의 영역들이 줄어들기도 하고 새로운 종류의 0의 영역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종류의 0들을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하면 멋진(?) 그림이 그려지겠죠?;;; (농담입니다.)

이제 위의 변수들 중 μ가 무한대인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저자들은 이 경우가 절대 0도에서 n-상태 폿츠 모형(zero temperature n-state Potts model)과 실질적으로 같다고 합니다. 위의 규칙 (2)의 μ가 무한대이므로 입자들은 생기자마자 사라지므로 대충 0들만 남은 그림이 그려지겠죠. 하지만 적은 확률로 나머지 규칙들이 작용하므로 입자가 생겼다 사라지면서 0들의 영역 사이의 경계의 모양을 계속 변화시킬 겁니다. k와 l이 다를 때 아래와 같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k 영역과 l 영역의 경계가 왼쪽으로 한 칸 이동한 셈인데요, 이게 n-상태 폿츠 모형에서 경계에 있던 스핀의 값이 k에서 l로 바뀐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본뜨기가 가능하다면 폿츠 모형에서 알려진 z=2라는 결과를 그대로 GCP에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z는 동적 지수(dynamic exponent)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칭 깨짐의 효과를 보겠습니다. GCP를 처음 도입한 힌릭센의 1997년 논문에서는 n=2인 경우, μ_1과 μ_2가 같을 때와 다를 때가 서로 다른 결과를 준다고 합니다. 두 μ가 같으면 두 비활성 상태 0_1과 0_2 사이가 대칭적이어서 Z_2 대칭이 존재하므로 DP와는 다른 PC 보편군이 나타나지만, 두 μ가 달라지면 μ가 큰 비활성 상태가 많아질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흡수상태가 1개인 DP 보편군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n=3인 경우에는 μ_1 > μ_2 = μ_3이면 DP, μ_1 < μ_2 = μ_3이면 PC가 된다고 하는데요, 결국 가장 큰 μ만이 중요하며 그게 1개냐(DP) 2개냐(PC)의 차이일 뿐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