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해리스 기준을 공부하며 쓴 글에 있는 내용과 거의 같지만 좀더 명쾌하게(?) 정리하려고 글을 씁니다.

결점(defect)이 없는 깨끗한 강자성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임계현상이 결점에 의해 바뀔 거냐는 게 문제이고요, 이에 대한 기준이 해리스 기준(Harris criterion)이라고 했죠. 결점의 밀도를 x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결점들은 시스템에 랜덤하게 뿌려진 후 굳습니다(quenched disorder).

결점은 시스템을 이루는 스핀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방해하므로 더 낮은 온도에서도 상전이가 일어날 수 있고 그래서 임계온도 T_c(x)가 x에 따라 줄어듭니다. 그런데 결점이 랜덤하게 뿌려지므로 어떤 지역에는 결점이 평균보다 더 많을 수도 있고 더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별 x의 편차가 나타날 수 있고 이 편차를 Δx라고 하겠습니다.

(지난번에 올렸던 그림입니다.)


그럼 결점의 밀도가 다른 지역마다 그 지역이 느끼는 임계온도도 다르겠죠. 그래서 무질서/결점에 의해 ΔT라는 온도의 편차가 나타납니다. 위 그림의 세로축에서 점선이 가리키는 점이 T_c(x)입니다.

실제 온도 T와 이 임계온도 사이의 거리가 ΔT보다 크다면 결점에 의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즉 이 경우에 결점은 임계현상을 바꾸지 않습니다. 상관길이의 관점으로 다시 쓰면, 시스템을 바라보는 규모(상관길이)가 결점의 '불균질함'이 느껴지는 길이보다 짧다면 결점에 의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가 됩니다.

그러고보니 결점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결점이 얼마나 불균질하냐가 더 중요한 요인인 것 같네요. 규칙적인 결점은 임계현상을 바꾸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고보니 규칙적인 결점이 있는 접촉 과정은 깨끗한 접촉 과정과 같은 임계현상을 보여준다는 연구도 있네요.) 그렇다면 해리스 기준이 그리피스 특이성이 나타나는 이유와도 직접 연관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흠.

온도로 보든 상관길이로 보든 앞서 말한 조건은 아래와 같이 쓸 수 있고, 이로부터 dν > 2라는 해리스 기준을 얻습니다. 아래 수식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글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