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가방을 메고 연구실을 나서는 순간, 문득 머리에 떠오른 말이 있었습니다.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다."

잘 하든 못 하든, 열심히 하든 게을리 하든, 결국 저는 공부를 해왔고 또 앞으로도 하겠죠. 왜? 어쩌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공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왜 철학도 아니고 사회학도 아니고 생물도 아니고 하필 물리, 그것도 통계물리냐.고 묻는다면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부분과 전체 또는 부분-모듈-전체. 각자 따로도 아니고 완전한 전체도 아닌 모자이크 같은 세상. 이걸 이해하는데 통계물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생각은 있지요. 소립자/원자/분자-응집물질-단백질-생체기관-생명-심리-인간-사회-우주로 이어지는 각 수준 '사이'의 연결(아래 올린 글에 따르면 '수준간 환원'이라 할 수 있겠군요)을 규명해낼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의 통계물리. 각 수준의 학문을 이어주는 학문간 링크로서의 통계물리가 되겠네요.

그렇게 보면, 제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단순한 모형들이 실은 먼(또는 가까운) 미래에(또는 이미)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임계현상으로 얘기하면, 임계현상 수집가 또는 임계성 수집가(criticality collector)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군요. (말장난과 말 만들기를 좋아해서;;;)

쓰다보니 점점 거창해집니다. 하디의 말이 떠오릅니다만, 여기서 그만.